
좋은 유모차를 찾는 부모의 심리는 두 가지로 압축될 것 같다. 하나는 ‘가장 사랑스러운 내 아이에게 최고의 상품을 쓰게 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모차 하나로 다른 엄마들보다 더 돋보여야 한다’는 마음 아닐까. 아이에게 더 손길을 많이 주는 엄마의 입장과 유모차 값을 부담하는 편인 아빠의 입장이 충돌하는 게 다반사다. 잘 아는 30대 지인은 “’아이가 타서 편하기만 된다’는 남편과 ‘아기도 나도 어디 가서 무시당하기 싫다’는 자신의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다 겨우 비싼 유모차를 샀다”고 했다. 10만원도 안 되는 유모차가 있는 마당에 그 열 배, 스무 배 값의 유모차를 ‘자존심’이란 이유로 사려는 아기 엄마 마음을 그 아빠는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그런데 아빠들이 하나 놓치는 게 있다. 이제 갓 돌 지난 첫아이를 둔 엄마, 박모씨 얘기다. “아이를 낳고 갓난쟁이를 키우다 보면 멋 내고 꾸미고 하는 게 힘들다. 손이 자유롭지 못하면 아이를 돌보기 힘들어 괜찮은 가방 하나 들기 어렵고, 멋 내려 입은 옷이 거추장스러워도 안 된다. 결국 이 시기엔 유모차가 내 ‘자존심’의 전부다.” 아기 엄마도, 언제나 남보다 예뻐 보이고 싶고, 나아 보이고 싶다는 얘기다. 무한한 모성애를 더 뿌듯하게 여길 수 있는, ‘그럴싸한 유모차’를 갖고픈 마음. 여성들이 명품백, 예쁜 옷, 화려한 보석 장신구를 원할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남성들도, 실용적인 경차보다 더 멋진 스포츠카를 갖고 싶다는 꿈을 꾸며 살지 않나.

강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