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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결 너머 푸른물결 … 곱구나 4월 가파도

중앙일보 2013.04.12 04:00 Week& 1면 지면보기
가파도는 4월이 가장 아름답다. 출렁이는 청보리밭 너머 푸른 바다, 그리고 산방산과 한라산. 가파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 섬 한가득 보리밭이 펼쳐진 섬이다. 해발 20.5m로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데다 언덕배기 하나 없이 평평해 가파도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섬 전체가 춤을 추는 듯하다. 봄은 형형색색의 꽃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싱그러운 신록에서도 오는 법이어서, 가파도 청보리가 푸르게 흔들리는 장면만큼 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커버스토리] 내일부터 청보리축제 여는 제주 가파도



봄마다 가파도 청보리는 춤을 추지만 올봄 가파도 청보리의 춤은 예년의 춤사위와 사뭇 다르다. 해안도로부터 보리밭 두렁까지 섬 곳곳에 대못처럼 박혀 있던 전봇대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섬 곳곳에 132개나 있던 전봇대는 지난 해 모두 철거됐다.
가파도에 서 있던 전신주 132기는 2011년 10월부터 차례대로 뽑혀나가 지난해 9월 모두 철거됐다. 전깃줄은 대신 땅속으로 들어갔다. 가파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온 게 1977년이었으니까 45년 만에 전봇대가 싹 없어진 것이다. 서귀포시와 한국전력공사가 벌인 가파도 전신주 지중화(地中化) 사업은 공사 20개월 만에 자잘한 뒤처리만 남긴 상태다.



전봇대 뽑은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가파도에서는 중요한 변화다. 전봇대 철거는 친환경 명품 섬으로 탈바꿈하려는 가파도의 첫걸음이다. 앞으로 가파도는 ‘탄소 제로(Carbon Free)’ 섬으로 거듭난다. 가파도 안에는 전기차나 전기오토바이만 달리고, 전기도 태양열과 풍력으로만 만들어 쓸 계획이다. 아직 남아있는 통신주 20여 기도 모두 뽑아낼 작정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해치는 흉물스러운 모습을 걷어내는 일이어서 전봇대 뽑고 전선을 땅에 묻는 일에 15억원이 넘는 돈을 기꺼이 투자했다.



청보리밭 사이로 난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
2009년 4월에 가파도는 청보리축제를 처음 시작했고, 이듬해 4월에는 제주올레 10-1코스가 열렸다. 그리고 올 4월에는 전봇대 다 치우고서 첫 청보리축제를 연다. 올해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내일(13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다. 가파도에는 4월마다 좋은 일이 찾아왔다.



4월의 가파도는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두 번 출렁인다. 섬을 둘러싼 검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섬을 덮은 연초록 청보리가 춤을 춘다. week&은 지난해 가파도 전봇대가 없어진 걸 알고서도 가파도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계절이 이제 막 시작됐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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