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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열 다음으로 세다는 김동극, 얼굴 안 알리고…

중앙일보 2013.04.12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김동극
청와대에는 하루 세 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2급 공무원이 있다. 한 끼 값은 2500원이다. 2급 정도 되면 정부 부처에선 국장급 고위 공무원에 든다. 소위 힘깨나 쓰는 자리다. 그런데도 출퇴근할 때를 빼고는 웬만해선 청와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청와대 직원들은 이 사람이 정말 청와대에서만 밥을 먹는지 며칠간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드러나자 “군인도 아닌데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얘기가 자자하다.


공직 2000개 관여하는 선임행정관
하루 세 끼 모두 구내식당서 해결

 그는 모르는 번호가 찍힌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자신의 휴대전화 주소록에 저장된 번호가 아니라면 일단 무조건 수신거부다. 그런 뒤 문자메시지로 ‘누구시냐. 용건이 뭐냐’고 물은 뒤 신변이 확인돼야 통화가 된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업무 때문에 직접 전화했더니 거절하다가 문자로 내 신분을 밝히고서야 연락이 되더라”고 말했다.



 김동극(51) 청와대 인사위원회 선임행정관 얘기다. 김 행정관이 관여하는 인사 자리는 무려 2000여 개가 넘는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부 고위직, 대통령 직속위원회, 공기업·공공기관의 임원 선임이 그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그런 까닭에 청와대에선 그를 두고 “허태열 비서실장 다음으로 힘센 사람”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가 올리는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승진·발탁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청와대’에선 인사담당자를 비서관(나중에 기획관으로 승격)급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에선 인사비서관(1급)을 두지 않은 까닭에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과거 청와대의 직책에 맞춰 비서관으로 부른다고 한다.



 김 행정관의 ‘나 홀로 행보’는 인사 청탁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월 청와대에 들어온 뒤로부터 외부 사람과는 아예 식사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 전산망에도 그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증명사진도 등록해 놓지 않았다.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보안을 특히 강조하는 스타일이어서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함께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그는 언론과의 접촉이 가장 어려운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북 영주 출신인 그는 21년간 인사 업무만 맡아 온 인사통이다. 서라벌고와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29회)에 합격한 뒤 1992년 총무처 인사국을 시작으로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까지 21년 동안 정부 인사를 담당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행정관에 대해 “성실하고 일 잘하는 전형적인 관료이면서도 직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2000년 당시 경찰·소방공무원 등의 수당 인상 논의가 진행되자 김 전 위원장이 인상을 해주려고 했는데도 당시 급여정책과장이던 김 행정관이 원칙과 예산 등을 이유로 반대를 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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