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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경제자유구역 거품 꺼져 … ‘소송의 섬’ 된 영종도

중앙일보 2013.04.12 01:30 종합 8면 지면보기
영종도는 십수 년 전 만 해도 서해의 궁벽한 섬들 중 하나였다.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도 1950년대 들어서야 생겨 그 이전에는 노 젓는 어선을 이용해야 했다. 어업보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았지만 섬 사람들의 식량을 대기에도 부족했다. 그래서 ‘처녀가 시집가기까지 쌀 한 말을 채 못 먹는다’는 말이 내려오는 섬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 격의 변화가 몰아쳤다. 고속도로와 공항철도까지 깔리면서 서울 가는 길도 40분대까지 당겨졌다. 공항 이용객뿐 아니라 서울에서 바다를 보러 오는 행렬도 이어졌다. 해수욕장이나 실미도·무의도 등의 외딴 섬들에까지 인파가 넘쳐났다.

 2003년 송도 등과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개발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종도의 개발 컨셉트는 국제 물류단지와 관광·레저 테마파크였다. 국제공항과 서해 등을 활용한 개발계획이었다.

 운서·운남동 일대 19.3㎢에는 계획인구 13만 명의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섬 서편 해변과 무의도 일대 24.4㎢에는 국제문화·관광·해양레저 복합도시가 계획됐다. 영종하늘도시 인근에는 3.7㎢ 규모의 밀라노디자인시티를 조성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와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섬 동편 해변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복합관광단지인 ‘미단시티’ 조성 사업이 시작됐다. 청사진에 고무된 주민들은 나중의 보상을 노려 살지도 않는 조립식 주택들을 경쟁적으로 지어 ‘깡통주택’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하루아침에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추진 중이던 외자유치들도 하나둘 무산됐다. 최근 금융위기 이전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됐지만 ‘개발계획 미이행’ 등의 불만에 따른 손해배상·계약해지 소송이 섬을 뒤덮고 있다.

 이런 차에 돌파구로 마련된 것이 카지노 리조트 유치다. 최근의 중국인 관광객 밀물도 이 사업의 타당성을 높여줬다. 올해 초 정부에 사전심사를 신청한 LOCZ와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올해 안에 2곳이 추가로 뛰어들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이승주 투자유치본부장은 “관광산업은 정보기술(IT) 산업이나 제조업 등에 비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세 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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