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장진호 전투서 숨져 현장에 묻혔던 페이스 중령
미, 2004년 북한서 유해 찾아 … 8년간 감식 끝에 신원 확인
당시 엄청난 규모의 중공군에 포위돼 악전고투하던 중 페이스 중령은 상관이 실종되는 상황을 맞았다. 곧바로 전장에서 그는 31연대전투단의 지휘권을 넘겨받아 부대원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는 작전을 벌였다. 그러던 중 12월 1일 유탄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이튿날 사망했다.
전쟁통에 그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한 채 야산에 묻혔다. 미 정부는 장진호 전투에서 보인 공적을 인정해 페이스 중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그로부터 54년의 세월이 흘렀다. 북한과 유해 발굴 협상을 벌인 미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004년 북한 땅에 들어갔다. 생존병사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장진호 전투 현장에 도착한 유해발굴단은 페이스 중령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미군 유해들을 수습했다.
문제는 유해 확인 작업이었다. 이미 흙과 다름없는 유해를 수습한 유해발굴단은 법의학자와 과학자들 손에 넘겼다. 조사팀은 페이스 중령의 동생에게서 유전자 샘플까지 추출해 DNA 확인 작업과 치아 감식 작업을 벌였다.
현대과학을 총동원한 작업 끝에 조사팀은 지난해 말 마침내 페이스 중령의 유해임을 최종 확인했다. 54년 만의 유해 발굴, 8년간의 신원 확인 작업 등 모두 62년 만에 일군 개가였다.
페이스 중령의 유해는 17일 워싱턴 근교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페이스 중령의 딸인 바버라 브로일스(66)는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방부 유해발굴단의 끈질긴 노력에 감사한다”며 “조국이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아 기쁘다”고 말했다. 남편, 세 아이와 함께 국립묘지 안장식에 참여하겠다고 한 브로일스는 “아버지는 62년 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다”며 “최근의 북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 감격해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2000명 이상의 미군이 포로로 잡혔다가 사망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모두 7900여 명이 현재도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