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진주의료원 사태 이렇게 풀자

중앙일보 2013.04.12 00:39 종합 33면 지면보기
권용진
서울시북부병원장
서울대 의대 겸임 교수
진주의료원 문제로 불거진 논쟁이 뜨겁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이 계속 적자를 낸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논리와 공공의료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하면 그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선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공공의료가 무엇이고, 적자를 내는 국공립 의료기관을 강제 퇴출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진작 공론의 장에 올려놓고 심도 있게 토론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진주의료원이 그런 논의의 장 마련에 역설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적합한 표현이 없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이란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론화가 잘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의료의 공공성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의료, 국공립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등으로 통용돼 왔다. 이는 민간의료에 상응하는 개념인데, 민간의료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특수성이 공공의료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1989년 시작된 전 국민 의료보험은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다 보장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30여 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의료체계를 통째로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참여는 부족하고, 일부 국민은 의료비 때문에 저소득층으로 떨어지고, 대다수 국민은 과잉진료를 의심한다.



 이런 역사적 변화에 따라 국공립 의료기관의 역할도 변했다. 국공립 의료기관은 의료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진료만으로도 공공적 역할을 충분히 했다. 역사적 기여도로만 본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이 시대가 요구하는 환자의 권리보호,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적정의료의 제공, 만성질환 예방, 보건의료와 복지의 통합서비스 제공 등의 공공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지는 못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신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 국공립 의료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호스피스·분만센터의 공익형 서비스나 행려병자·의료급여대상자 취약계층 진료도 나름대로 공공의료의 한 축임에 분명하다. 어떤 민간기관도 이런 서비스를 흔쾌히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다.



 공공성 강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려는 국공립 의료기관에 경영적자는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의료수익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국공립 의료기관의 생존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간 의료기관이 높은 비급여 가격과 많은 비급여 행위로 수익을 보전하고 더불어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등의 의료 외 수입으로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는 반면, 국공립 의료기관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민간 의료기관의 증가에 대처하지 못했고, 우수한 의사·경영자 부재 등 비효율성이 심화됐는데도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 또한 사실이다.



 이런 역사와 현실을 감안하면 진주의료원 스스로 각고의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적자를 낸다고, 노조가 강성이라고 “그러니 이젠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민간 의료기관이 의료의 공공적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국공립 의료기관의 역할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세금을 써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의료 공공성을 제대로 정립하고 그 안에서 국공립 의료기관의 역할을 제고할 국가적 차원의 종합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권용진 서울시북부병원장 서울대 의대 겸임 교수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