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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무심코 다운받은 '인기가요 톱100' 때문에

중앙일보 2013.04.12 00:03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승주
KT뮤직 대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저작권 보호를 위해 1분 미리 듣기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듣던 노래 전체를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또 내가 내려받은 음원을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음악은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확장됐다. 기술의 진보가 또 하나의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 시장을 만든 것이다.



 지난 10년은 음악 무료 불법 서비스와 유료 합법 서비스 간 긴 싸움의 시간이었다. 2003년 무료 음악사이트나 P2P사이트 등을 통해 음악을 공짜로 듣기 시작한 소비자는 음원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2005년엔 불법 음원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곡당 600원에 팔리던 음악 다운로드 상품이 40곡 혹은 100곡 패키지 상품으로 묶여 5000원이나 1만원대에 팔리기 시작했다. 곡당 100원도 안 된다. 너무 싼 가격에 소비자는 더 이상 공짜 음원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하지 않고 이런 패키지 상품을 사기 시작했다. 이런 패키지 상품은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 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곡당 가격이 너무 쌌다. 600원 하던 음원이 100원에도 못 미치니,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권료도 6분의 1로 줄었다. 패키지 상품 가격, 곧 곡당 가격은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창작자의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패키지 상품이 나왔다. 상품 가격도 두 배 올랐고, 창작자에게 돌아갈 저작권료 요율도 높아졌다. 당장 값이 뛰니 소비자는 불만이겠지만 음원 가격의 합리적인 인상은 국내 음악 서비스 시장이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그리고 이참에 소비자가 고쳐야 할 음악 시장의 왜곡이 하나 더 있다. 소비자가 패키지 상품을 주로 이용하면서 대중음악은 특정 장르로 쏠려서 성장했다. 싸다는 이유로 패키지 상품인 ‘최신 인기가요 톱100’ 차트 수록곡 등을 한꺼번에 내려받아 듣다가 싫증 나면 쉽게 버렸다. 어떤 사이트는 이런 소비 패턴을 겨냥해 꼼수 마케팅을 벌였다. 자기 회사가 유통하는 음원을 추천 곡으로 제시해 소비자가 내려받고 싶은 최신곡 인기가요 톱 100에 끼워넣었다.



 소비자의 패키지 다운로드 구매는 방송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도 왜곡시켰다. 소비자가 별 고민 없이 패키지로 한꺼번에 다운로드한 곡은 차트 내에서 인기곡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고, 인기 곡 차트에 오르면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다시 인기가 강화됐다. 결국 소비자가 정말 좋아해서 선택한 곡이 아니라 시류를 타고 차트에 올라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인기를 얻는 노래가 많아졌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차트에 진입한 곡을 한꺼번에 패키지로 내려받은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인기 곡을 확대 재생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세태가 아이돌 일변도의 음악 생태계를 만든다. “요새 음악은 너무 중독적이야” “너무 가벼워”라는 비판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내가 선택한 노래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도 올랐으니, 인기 곡이라고 무작정 내려받는 게 아니라 원하는 음악을 잘 골라 들어야 한다. 우리 소비자의 취향이 주체화·다변화할 때 우리 K팝은 더 멀리 뻗어나갈 것이다.



이승주 KT뮤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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