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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성장 vs 국제화 vs 연구 … 한·중·일 ‘대학 삼국지’

중앙일보 2013.04.11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영국 대학교육전문매체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처음 발표한 ‘아시아 100대 대학’은 대학과 국력·국가경쟁력 간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시아 100위권 명단에 든 대학 중 76곳이 일본·대만·중국·한국·홍콩·싱가포르에서 나왔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된 ‘동아시아’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학경쟁력이 국력의 척도
한국 서울대 교육여건서 5위
포스텍만 논문피인용 20위 내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답게 22개 대학이 100위 안에 포진했다. G2로 부상한 중국은 한국보다 한 개 많은 15개 대학이 선정됐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2위인 싱가포르엔 2000년 이전에 설립된 국립대가 두 곳뿐이다. 이 중 싱가포르국립대가 2위, 난양공대가 11위를 차지했다.



 한양대 이영(경제학) 교수는 “대학 경쟁력은 현재의 국력과 경제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위한 디딤돌”이라면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대학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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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적 성장 한국, 질적 발전이 과제=국내 선두 대학들은 ‘아시아 정상’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여건 부문에서 서울대는 5위, KAIST는 8위를 각각 차지했다. 연구 부문에선 서울대가 4위, KAIST가 7위를 각각 기록했다. 100위권에 든 각국 대학 평균 점수에서도 국내 대학들이 이 부문에서 싱가포르·홍콩·이스라엘에 이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논문 피인용과 국제화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피인용 20위 내에 든 국내 대학은 포스텍(2위)뿐이었다. 국제화 부문 20위 내에 든 대학은 없었다. THE 자문위원인 포스텍 서의호(산업경영공학)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내 대학들도 이제 연구 질과 국제화 수준을 올리는 질적 발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중국, 해외 인재 유치=중국 대학들은 일본 명문대들을 맹추격 중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대학교수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5%에 그쳤다. 연구역량도 국제 수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번 평가는 중국 대학의 변화상을 실감케 한다. ‘논문 피인용’에서 중국과학기술대는 도쿄대를 제쳤다. 논문 수와 연구비 규모 등에서도 칭화대가 교토대를 앞질렀다.



 이 같은 성장엔 ‘천인계획(千人計劃)’ 등 정부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중국은 세계적 연구자 1000명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 100위권 대학의 학자를 중국 100개 대학에 초빙한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만큼’의 연구비 지원 등을 내걸고 1500여 명을 데려왔다.



 98년부터는 “일부 대학·학과를 세계 일류로 키운다”(985공정)는 계획을 세우고 베이징·칭화대 등 11개 대에 전체 대학 관련 예산 3분의 1을 몰아줬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현재는 39개 교로 확대됐다.



 ◆‘연구 최강’ 일본, 국제화는 더뎌=일본 대학들은 연구 부문에 강점을 보였다. 각국 상위 5개 대학의 연구 부문 평균 점수를 비교하면 일본이 66.4점(100점 만점)으로 한국(62.7)·홍콩(59.3)을 앞섰다. 중국(47.4)·대만(46.4)과는 격차가 컸다. 각국 대표 대학 간 비교에서도 도쿄대(89.9)가 싱가포르국립대(87.2)·홍콩대(85.9)·베이징대(67.9)·포스텍(63.9)을 앞질렀다.



 국제화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일본 대학 중 국제화 수준이 가장 높은 와세다대도 아시아 32위에 그쳤다. 도쿄대는 45위였다. 한국교육개발원 김미란 고등교육연구실장은 “일본에선 교수 채용 때 외국 유학자가 자국 석·박사 취득자보다 불리할 만큼 폐쇄적이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국제화를 저해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문부과학성은 42개 대학에 각각 20억~30억 엔(약 230억~347억원)을 지원하는 ‘글로벌 인재육성 추진사업’을 시작했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성시윤·윤석만 기자, 홍콩=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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