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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매출 500억 이상 세무조사 이유는

중앙일보 2013.04.11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김덕중 국세청장
“요즘 세무조사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어요.”


중소기업이 세 탈루 많지만 여론 부담
조사인력 대비 효과 큰 대기업에 집중

 한 유통업체 대표는 대대적인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일단 남의 직원(국세청 조사요원)이 회사에 상주하는 것부터 거슬리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하는 눈빛”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일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세청은 매출 5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대폭 강화하지만 1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서는 정기조사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금 탈루율은 매출이 많을수록 낮고 매출이 적을수록 높다. 예를 들어 세금 탈루율은 매출액 5억원 이하 기업이 78.2%(2011년 기준), 10억원 이하가 85.2%다. 국세청이 가급적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매출액 100억원 이하 기업도 69.7%에 달한다. 반면 매출액 500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기업은 세금 탈루율이 19.3%로 떨어지고 5000억원 이하는 16.5%, 5000억원 초과는 3.5%로 갈수록 줄어든다. 논리적으로 지하경제(노출되지 않은 세수) 양성화를 위해선 오히려 매출이 적은 기업의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반대로 갔다. 영세기업을 세무조사했다간 가뜩이나 경기도 나쁜데 영세기업까지 옥죈다는 비판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내정되자마자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에 지나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충분히 유념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국세청 입장에선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가 훨씬 효율적이다. 같은 인력을 투입해도 영세기업으로부터 거두는 세수와 대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세수의 규모가 다르다. 예컨대 소기업 3~4곳과 대기업 한 곳에 같은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할 경우 소기업으로부턴 몇억에서 몇십억원 정도 징수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수천억원을 거둘 수 있다. 2011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한 회사에서 가장 많이 거둬들인 추징액은 4192억원에 달한다. 이러니 국세청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손쉽게 많은 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조사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일반인의 시각이 있으니까 국세청이 대기업을 상대로는 자신감을 갖고 조사를 세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현재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조사인력도 바닥나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대재산가와 전문직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청에선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가 “인력이 부족하고 세수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홍기용(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과도한 세무조사보다는 제도 개선으로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만 의무화한 회계감사를 100억원 미만 회사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받도록 유도하고 세금 감면 같은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국내 전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은 1% 내외로 미국(1.33%)이나 일본(4.17%)보다 낮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은 3~4년에 1회 정도 세무조사를 하는데 한국은 4~5년마다 정기조사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때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해 납세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즘처럼 세무조사요원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식이면 납세자가 피부로 느끼기에 더 자주 하고 강도 높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창규 기자





◆세무조사=국세청 용어에는 정기 세무조사밖에 없다. 수시로 하는 특별 세무조사나 심층 세무조사란 표현은 없다. 보통 국세청은 5년마다 정기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인력 수급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세무조사 기간이 3~7년으로 들쭉날쭉하기도 한다. 세무조사 기간은 3개월로 한정된다. 그러나 기간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에는 세금계산서에 대한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세무조사의 강력한 도구는 ‘예치조사’다. 예치조사란 기업이 보유하는 납세 관련 서류를 국세청이 가져가 보관하면서 조사하는 방식이다. 형사소송법상의 압수·수색영장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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