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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 살고 결별 … 결혼예물·예단비 안 돌려줘도 돼

중앙일보 2013.04.11 01:12 종합 14면 지면보기
회사원 A씨(32·여)는 중매로 만난 의사 B씨(36)와 5개월간의 교제 끝에 2010년 말 결혼식을 올렸다. B씨가 지방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탓에 같이 살게 된 건 직장을 그만둔 이듬해 3월부터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초창기부터 삐거덕거렸다. A씨는 B씨의 강압적인 부부관계 요구를 못 견뎌했고 B씨는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 점에 불만을 가졌다. 혼인신고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뤘다. 결국 두 사람은 동거 10개월 만에 헤어졌다.


법원 “동거 기간이 판단 근거”

 문제는 결혼 전 주고받은 예단비였다. A씨 부모가 의사 사위를 본다는 생각에 B씨 측에 준 예단비는 모두 3억1000만원. A씨는 예단비 전부와 예물로 보낸 30돈짜리 금목걸이까지 모두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B씨는 거절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김귀옥)는 “예단·예물을 돌려달라”며 A씨가 제기한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결혼 후 10개월이나 동거한 점이 주된 판단 근거였다. 재판부는 “예단과 예물의 목적인 사실혼 관계가 성립된 뒤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예단과 예물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상 예단과 예물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반환해야 하는 금품이다. 하지만 이미 10개월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법원의 예단비 반환 여부 판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이라고 조언한다. 법률혼이든 혼인신고를 안 한 사실혼이든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얼마나 지속됐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가사소송 전문인 법무법인 태평양 임채웅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4~5개월까지가 예단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결혼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는 반환 여부가 불투명한 ‘회색지대’, 1년 이상은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서울가정법원에서는 5개월간의 결혼 생활 후 헤어진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남편 측에 예단비를 반납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결혼 후 5개월 만에 파탄에 이르게 된 경우는 사회 통념에 비춰 혼인관계가 단기간 내에 파탄에 이른 것이므로 예단비 1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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