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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일본, 이웃나라 배려는 없다

중앙일보 2013.04.11 00:52 종합 23면 지면보기
일본이 전쟁으로 피해를 끼친 한국·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을 배려하도록 돼 있는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10일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2006년에 제정한) 새로운 교육기본법, 신학습 지도요령의 취지를 살린 교과서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이 이번 고교 교과서 기술(지난달 검정 발표) 속에도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일본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낄 수 있는 역사인식을 교과서에 집어넣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교과서 왜곡병 … 문부상 "일본서 태어나길 잘했다 느끼게 검정제도 수정"

 아베 내각 안에서도 대표적 골수 우익 인사로 분류되는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객관적인 학문적 성과에 근거해 바르게 배우고 긍지를 지닌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또 “따라서 앞으로 교과서 검정의 현상과 과제를 정리해 (제도) 수정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時事)통신은 “이는 교과서 검정 때 근·현대사를 기술함에 있어 주변 아시아 제국에 대해 배려하도록 한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근린제국 조항을 시종일관 ‘자학적 역사관’이라고 비난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자민당 총재로 복귀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긴 하다. 지난해 11월 자민당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정책공약집에서 “전통문화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의 교과서로 배울 수 있도록 검정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명기했다.



 ‘근린제국 조항’의 유래는 1982년 6월 고교 역사교과서 파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부과학성의 검정 과정에서 일부 출판사가 표기한 ‘중국 침략’을 ‘중국 진출’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결국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관방장관이 같은 해 8월 담화를 발표, 11월에는 검정 기준에 “근린 아시아 제국들과의 역사적 사상(事象)의 취급에 국제이해와 국제협조의 관점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91년 중학교 공민(사회) 교과서 검정 시 “과거에 피해를 준 역사가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부분을 “과거에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긴 역사가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표현으로 고칠 때 한 차례 적용했을 뿐이란 지적도 있다.



 정권 출범 후 가급적 역사인식을 숨기고 경제 재생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던 아베 총리도 이날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을 적극 거들고 나섰다.



 그는 “(내가 제정한) 개정 교육기본법에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애국심·향토애를 담았는데 아쉽게도 검정 기준에는 그 정신이 반영이 안 돼 있는 듯하다”며 “난 동시에 (문부과학성의) 검정 담당관 스스로 그런 인식이 없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몰아세웠다. “(교과서를 통해) 긍지를 갖는 게 기본이며, 그게 없으면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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