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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피하려는 차량 뒤엉켜 더 혼잡 … 일부만 과태료 부과

중앙일보 2013.04.03 03:33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상습 불법 주정차 구역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당시 시는 각 구청과 함께 학원·병원·백화점·은행 주변 등 불법 주정차 단속 지역 200곳을 정하고 상시 단속을 벌여 한 번 적발에 과태료 4만~5만원, 2시간이 지나면 1만원을 더 부과하겠다고 했다.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 등은 술렁였다. “불법 행위인 만큼 정색하고 반대하기 어렵지만 주차 공간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곳이 많은데 단속만이 능사냐”고 반발하고 있다. 단속에 앞서 대책부터 세우라는 거다. 학원가인 강남구 대치동과 가구점이 밀집한 서초구 방배동 등 강남 3구의 주요 단속 지역에서 실제 단속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시 주정차 단속 강화 한 달 … 대치·서초·방배동 현장 가보니

지난달 27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사거리 주변 학원가에서 강남구 소속 주차 단속요원들이 불법 주정차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학원을 마친 자녀를 데리러 온 승용차가 길게 늘어선다.


“빼요 빼, 빨리 나가요.”



 “5분만요. 애들이 지금 내려오고 있어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10분쯤.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은마사거리에서 강남구 소속 불법 주정차 단속요원 4명이 손을 휘저으며 한 어학원 통학버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도로 한편엔 비상등을 깜빡이는 25인승 학원 차량 4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 운전사는 버스에서 내려 “곧 수업이 끝나니 잠시만 정차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단속요원이 단호하게 손짓을 가로젓자 학원차량들은 별 수 없이 시동을 켜고 줄줄이 출발했다. 하지만 유턴해 반대편 도로에 정차해 결국 아이들을 태우고 사라졌다.



 오후 9시 50분쯤 되자 자녀를 태우려는 학부모들의 승용차가 급격히 불어났다. 단속요원이 이동할 것을 요구하자 승용차들은 한결같이 단속을 피해 잠시 도로를 빠져나갔다가 유턴해 돌아왔다. 단속 사실을 모르고 빈자리에 주차하려는 차와 돌아온 차가 뒤엉키면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 주차 단속요원은 “학부모 입장을 이해하지만 교통 흐름에 방해가 돼 단속을 안 할 수 없다”며 “당장 딱지를 떼진 않고 이동시키고 있는데 결국 아이들을 태울 때 잠깐 기다려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티역~은마사거리~대치사거리 구간에는 이렇게 밤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워낙 주정차 공간이 없는 데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곳을 단속우선구역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곳 학원 관계자는 불만이다. 김갑수 강남보습학원연합회장은 “집이 멀거나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 안전이 걱정돼 데리러 오는 학부모가 많다”며 “왜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한 후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단속만 하려 드니 해결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어학원장도 “정부가 학원 수업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면서 학생이 그 시간에 한꺼번에 빠져나가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도 다르지 않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41·잠실동)씨는 “학원 셔틀버스가 없으니 데리러 오는 수밖에 없다”며 “어디 주차할 곳도 없는데 출퇴근 시간이 아니니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불법 주정차는 다른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의 단속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치동 학원가에선 당장 과태료 부과 딱지를 발급하지는 않고 있었다. 시 소속 주차 단속요원은 찾아볼 수 없고, 구청 단속반이 매일 차량을 이동시키는 계도 활동만 벌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시가 주요단속구역으로 정한 서초구 서초동 학원가·병원 주변 등에서도 시 주차 단속요원이 과태료 딱지를 붙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차량에 부착한 녹화기기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배동 가구거리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 단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거리 상가는 보도에 화물차를 대고 가구를 싣고 내린다. 15년째 가구점을 운영 중인 문모(47)씨는 “이 일대 건물은 30년이 넘어 주차장이 따로 없다”며 “그동안 폭이 넓은 인도에 한해 인도 위 주차를 허가해 달라고 구에 건의했지만 원칙상 안 된다고만 하는데 우리더러 다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 발표처럼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진 않았지만 지역별로 과태료 부과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주차 단속에 대해 주민 반발이 거세자 시는 무조건 불법이라고 단속만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중앙일보 2월 27일자 18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주차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학원가 등 시민들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 테니 현장 상황을 잘 살피라”고 실무팀에 지시했다고 시 관계자가 전했다.





 입장이 어정쩡해진 셈이다. 그러나 시는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과 불법 주정차 근절 협약도 체결했다. 이용우 시 주차단속팀장은 “과거처럼 실적 위주로 무조건적인 단속을 벌이진 않을 것”이라며 “단속 구역별로 현실을 반영해 최대한 교통 흐름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계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심영주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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