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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학 여성 1호 “한국이 유일하게 안 쓴 자원, 여성”

중앙일보 2013.04.03 00:34 경제 3면 지면보기
이영 ㈜테르텐 대표는 “사이버 보안은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복잡한 두뇌 게임”이라며 “사이버 테러를 막기 위해선 종합적이고도 융·복합적인 보안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KAIST에서 암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여학생 1호다. [박종근 기자]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있다. 그리고 ‘여성’이 있다. 현재 여성이 대표로 등록된 벤처기업 수는 약 2500여 개사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이들이 한국 경제의 변방에 머무르지 않고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될 방법은 뭘까. 본지가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대표적 여성 벤처기업 대표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파워 벤처 우먼] 디지털보안업체 테르텐의 이영 대표
“더 복잡하고 치밀해야 이긴다”
스마트폰 앱 보안 프로그램 개발
보안 선진국 일본업체 5곳과 계약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들이 벌이는 복잡도(complexity) 싸움. 국내 유일의 보안업체 여성 CEO인 이영(44) ㈜테르텐 대표가 내리는 ‘보안’의 정의다.



 KAIST에서 암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 대표는 국내에서 암호학을 공부한 1세대이자 여학생 1호다. 2000년 소프트웨어 공학자인 남편 윤석구(46) 대표와 설립한 테르텐의 기술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주는 19회 대한민국멀티미디어기술 대상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장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보안 프로그램인 MAM(mobile application management)을 개발해 보안 선진국인 일본 업체 5곳과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테르텐’은 어떤 기업인가.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DLP(데이터 유출 방지)를 중심으로 디지털콘텐트의 불법 복제를 막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다. 현재는 스마트 금융·모바일 오피스 등 다양한 분야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PC문서 캡처 방지 기능인 캡처월(capturewall)은 지난해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을 받았다.”



 - 보안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암호학을 현실에 활용하고 싶었다. 잠시 휴학하고 집에 머문 적이 있는데, 학교와 멀어지니 그제야 학문 그 자체보다 사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배운 무언가가 사회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게끔 하는 것,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사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선 아무리 신상품을 출시해도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매출도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당시 대다수의 보안업체들은 손익을 맞추기 위해 신상품 개발보다는 영업 마케팅에 몰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묵묵히 상품 개발을 고집했다. 반짝 스타가 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이 늘어나면서 보안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보안 실태는 어떤가.



 “사이버 보안은 복잡도의 싸움이다. 기술이 더 복잡하고 치밀한 쪽이 이기게 돼 있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모든 PC와 모바일 기기가 연결돼 있다. 특정 보안업체의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휴대전화와 태블릿PC, PC가 iOS·안드로이드·윈도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쓰다 보니 보안업체가 막아야 할 구멍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나.



 “네트워크가 지능화될수록 보안이 어려워진다. 지난달 20일 있었던 사이버 테러도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한 보안업체의 하나의 기술만으로 보안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 좀 더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보안 컨설팅 또는 보안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여성 대통령 시대다.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취임식에서 국군 장성들이 여성 대통령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박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건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안 쓴 자원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이다. 그 자원을 활용할 다양한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갈수록 보안이 중요시되고 있는 이 시점이 우리에겐 기회이자 가장 호황기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두 배인 40억원으로 잡았다. 2006년부터 진출한 일본 시장에 점점 자리를 잡아나가는 상황이라 내후년에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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