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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생고기 드레스 가장 싼 고기로 만든 이유 아세요?”

중앙선데이 2013.03.29 22:13 316호 6면 지면보기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노래는 몰라도 옷차림은 기억하는 이가 많다. 워낙 기괴하고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 입고 나온 생고기 드레스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었다. 레이디 가가를 세계적 패셔니스타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첫 내한한 레이디 가가 스타일리스트 니콜라 포미체티

이 생고기 드레스를 만든 이가 니콜라 포미체티(36)다.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해졌지만 실제 그의 활동반경은 훨씬 넓다. 프랑스 브랜드 ‘뮈글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션잡지 ‘재팬 보그 옴므’의 패션 디렉터, 직접 만든 브랜드 ‘니코 팬더’ 디자이너까지 지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번엔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 두보’의 디자인을 맡아 지난주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자마자 청담동 편집매장과 가로수길을 둘러보며 현지 조사에 나섰고, 서울패션위크 쇼를 관람했다.

바쁜 일정 중 짬을 내 중앙SUNDAY를 만난 그는 피곤하다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 너무 오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브랜드를 맡았다”고 웃었다. 그는 이미 아이돌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2NE1의 왕팬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1년 전쯤 지드래곤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었는데 친구 중 몇 명이 지드래곤과도 친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메일을 보내 연락을 취했고 올 초 자신의 패션쇼에서 지드래곤의 신곡을 공개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지드래곤에게 해줄 스타일링 조언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두 팔을 들고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지금도 너무 잘 입는 친구다. 아마 내가 뭔 말을 해도 안 들을 거다. 뮤지션들은 정점을 찍고 나면 남한테 또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자꾸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좋다. 레이디 가가도 그래서 지금의 위치를 갖게 된 거다.”

그는 레이디 가가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2009년 레이디 가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겁이 없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었다. 마치 나처럼 말이다. 우리는 뭘 하자고 작정한 게 아니라 서로 각자 좋아하는 걸 했는데 궁합이 잘 맞은 거다. 아마 가가가 생고기 드레스 덕에 유명해지지 않았어도 그는 지금처럼 똑같이 노래 부르고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하고 신기한 옷을 입고 다녔을 거다.”

가가는 생고기 드레스를 처음 입혔을 때 아주 맘에 들어 했단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옷’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했다. “부드러운 코르셋 위에 그저 고기 조각을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그때 가방과 모자는 구두 디자이너 주세페 자노티가 틀을 만들어줬다.”

그는 생각난 듯 생고기 드레스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처음엔 LA정육점에서 프리미엄급 고기를 골랐다고 한다. 한데 막상 만들어보니 너무 부드러워 자꾸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다시 가장 싼 고기로 만들었다는 것. 지금 그 옷은 어디 있을까. “바로 육포처럼 말렸다. 지금은 시애틀의 한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일본인 어머니와 이탈리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포미체티는 패션을 배운 적이 없다. 런던에서 건축학도로 대학을 다닐 땐 공부는 뒷전인 클럽 키즈였고, 편집 매장에서 일하다 한 잡지 편집장 눈에 띄어 칼럼을 쓰면서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그런 만큼 정형화되지 않은 도전을 좋아한다. ‘뮈글러’의 광고 캠페인에 캐나다 노숙자로 온몸에 문신을 새긴 청년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그가 생고기 드레스, 전신 문신 광고보다 더 파격적인 걸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는 “너무 많아서 일찍 죽을까봐 걱정”이라며 웃었다. 스포츠웨어·가방·구두 등 하고 싶은 분야도 많고, 또 기술과 패션을 접목시킨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싶단다. 그러면서 4월 4일 또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멋진 패션의 비결을 물었을 때 답은 간단했다. “확신이 든다면 그대로 해 보세요. 그게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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