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수들이 공부하고 싶게 만든 제도·시설 부러워”

중앙선데이 2013.03.31 00:51 316호 10면 지면보기
오전 7시30분 수업 시작, 1주일 시험 3번, 툭하면 밤샘 공부.

USC 어학연수 중인 ‘탁구여왕’ 현정화

 여느 입시생이 아닌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의 요즘 일상이다. 마흔넷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직후 마사회에 휴직계를 내고 자비로 스포츠 명문 USC로 영어 연수를 왔다. ‘국제 스포츠 행정가’라는 제2의 꿈을 위한 준비다. USC재단 이사인 조양호(대한항공 회장) 대한탁구협회장이 추천서를 써줬다. 주 목적은 영어 공부지만 USC의 학생 선수 지원 시스템을 보면서도 얻는 것이 많다. 지난 25일 USC 존 매케이 센터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제도와 시설을 만들어 놨다”며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USC의 어떤 점에 주목하나.
 “낙오자가 없도록 배려하는 시스템이다. 여기 와서 처음 배우는 게 참 많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수업을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선수 시절 USC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더 빨리 진로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두면 막막한데 여기 선수들은 변호사·의사 등 다른 성공의 길이 열려 있다.”

 -USC 프로그램 특징은.
 “선수들에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제도로 뒷받침해 준다. 결국 학생들 스스로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모든 선수에게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이다. 8시간 이상을 훈련하면 누구에게든 몸에 무리가 간다. 내 선수시절엔 이런 시간 활용법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8시간 휴식 동안 공부를 했다면 늦깎이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우리 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사는 게 우리 시스템이다. 운동이 아니면 먹고살 길이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공하는 엘리트 선수들은 1%인데 나머지 99%는 버리고 간다는 게 문제다.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선수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 시스템에선 어렵다.”

 -영어 연수를 결심한 계기는.
 “2년 전 국제탁구연맹 미디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국제무대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글로벌 시대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후배를 돕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영어 공부가 필수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