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전사고 부르는 위험요소 의식>제도>시설 … 총체적 부실

중앙선데이 2013.03.31 03:38
14일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대림산업 여수공장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다. 지난해 6월 28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공장의 사일로(silo·저장탑)에서 발생한 폭발로 화재가 났다.


“대형 사고 1건 터지기 전 경미한 사고 29건 생겨”

올해 사고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두 번의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는 현장 작업자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사고와 유사점이 많다.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1년도 안 돼 거푸 일어난 셈이다.



여수공장 사고처럼 대형 사고에는 반드시 사전 징후가 나타난다. 미국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발견한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대형 사고 한 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29번가량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위험 요소가 발생한다. 사소해 보이는 위험 요소라도 발견 즉시 조치를 하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이 법칙의 결론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국내 대기업 공장들의 사고를 보면 우리 기업들은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5명이 숨진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의 불산 유출 사고도 마찬가지다. 2009년 유사한 사고로 한 명이 다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의 제조업 신화를 이끌어 온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전근대적인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시 휴브글로벌, 올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유출 사고, 이달 들어선 ▶2일 LG실트론 ▶5일 구미케미칼(이상 경북 구미) ▶22일 포스코 파이넥스 1공장(경북 포항) ▶같은 날 SK하이닉스(충북 청주)에서 폭발·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제조업의 규모와 생산성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한국의 산업 안전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0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가 20.99명으로 가장 많다.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박두용 교수는 “성장 위주의 정책에 매몰돼 공장 내 안전관리 투자가 소홀한 것도 사고 빈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문일 교수는 “안전관리 분야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안전관리 쪽은 투자를 해도 얻을 수 있는 성과라는 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종합적인 대응 시스템의 부재 ▶중소 제조업체의 시설 노후화 ▶하청·재하청 구조에 따른 안전관리 인식 저하 등 구조적 원인들이 지적된다. 이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시설보다는 각종 제도가, 제도보다는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 부족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1월 초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유출 사고를 일으킨 삼성전자는 최근 환경 및 안전 분야 신입·경력사원 300명을 뽑기로 했다. 결국 사고는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 사례다.



이철재 기자, 여수=노진호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