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야 물밑대화 ‘목욕당’ 다문화 포럼 ‘다정다감’

중앙선데이 2013.03.31 02:32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관 귀빈식당. ‘국회 다문화사회포럼 다정다감’(이하 다정다감) 행사에 이주여성 30여 명이 나타났다. 러시아·일본 등 출신으로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조(自助)모임 만드는 방법’을 강의 받고 정보를 공유했다. ‘다정다감’은 강창희 국회의장 등 여야 의원 10여 명이 활동하는 모임이다. ‘다양한 문화, 정(情) 있는 사회, 다 함께하는, 감동 대한민국’의 줄임말이다. 필리핀에서 귀화한 이자스민(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 주도해 지난해 10월 발족했다. 이날 행사엔 김상희(민주통합당)·김회선(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다문화 시대에 이주민 여성들이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은 다음 달 6일부터 매달 한 번씩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꿈드림 학교’를 연다. 여성 이민자들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다.


보스 중심 계파 모임서 정책 위주로 헤쳐 모여!
19대 국회 ‘별의별’ 모임

#지난달 27일 국회 본관.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가 정의화·이인제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한자리에 앉았다. 국회 ‘통일대비 의원연구모임’(대표 정의화 의원, 11명)과 ‘통일미래포럼’(대표 주호영·조명철 의원, 10명)이 마련한 특강 연사로서다. 마파엘 대사는 “신뢰야말로 독일 통일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핵심이었다”며 “남북한이 대화를 시도할 때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신뢰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관.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이하 핵 없는 세상)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대표인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 외에 김성곤·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윤순진 서울대 교수 등 학자와 시민단체, 지식경제부 관계자와 함께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등을 논의했다. 김제남 의원은 “사용 후 핵연료는 해당 지역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 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의 모임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정당 보스를 추종하는 의원들끼리 뭉친 계파별 모임이 많았다. 하지만 19대 국회 들어선 다문화가정에서 탈원전까지 모임 주제가 천차만별이다. 나무 심기와 숲 조성을 연구하는 모임(‘나무 심는 사람들’, 대표 강기정 의원), 한류 문화 발전을 연구하는 모임(‘국회한류연구회’, 대표 박병석·정병국 의원),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는 모임(‘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최민희 의원 주도)도 있다.





수적으로도 증가했다. 중앙SUNDAY가 국회 사무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4대 국회 때인 1994년 18개였던 의원 연구단체는 19대 국회 들어 68개(2013년 현재)로 약 4배 늘었다.<그래프 참조> 국회에 등록한 단체만 집계한 것이다. 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꾸린 공부·친목모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 모임은 시대의 화두를 반영한다. 인권(‘국회인권포럼’, 대표 황우여 의원), 복지국가(‘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 대표 인재근 의원), 제3의 길(‘한국적 제3의 길’ 대표 박영선 의원) 등을 다루는 모임이 대표적이다. 19대 국회의원 연구단체 68개를 주제별로 분류해 본 결과, 복지·노동·인권 관련 모임이 16개로 가장 많았다.<그래픽 참조> 전통적으로 인기 있던 ‘정치·행정’과 ‘재정·경제’ 관련 모임은 각각 11개, 12개였다. ‘통일·외교·안보’ 모임도 7개에 그쳤다. 오히려 ‘환경·에너지’ 관련 모임이 10개로 더 많았다. ‘교육·과학기술’ ‘문화·관광’ 모임은 6개씩이었다.



국회 모임 수, 19년 새 4배로 늘어



모임 이름을 살펴보면 생활 정치가 중시되는 추세도 드러난다. 이름 자체에 생활과 민생을 넣은 모임(‘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 ‘국회 민생 정치연구회’)도 있다. 비정규직이 문제로 떠오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비정규직 차별 개선 포럼’(대표 김성태 의원)도 활동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뒤 에너지 관련 모임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환경단체 출신 의원이 주도하는 ‘핵 없는 세상’ 외에도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 ‘국회미래에너지연구회’(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처럼 유력 정치인들이 과거엔 환경단체 이슈였던 사안을 연구하겠다고 나섰다. 야권 의원들의 모임은 탈핵에너지가 주제인 반면, 여당 의원이 이끄는 국회미래에너지연구회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대책을 다루는 게 다르다.



시민단체 출신 의원이 늘어난 것도 의원 모임 성격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19대 국회엔 야권의 시민단체 연대 바람으로 18대 국회 (8명)보다 두 배 가까운 15명의 시민단체 인사가 원내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남인순·이학영·박원석 등 13명은 아예 ‘시민정치포럼’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여성 의원들도 19대 국회에 47명이 진출해 18대(42명), 17대(39명) 때보다 늘어났다. 이들은 여성 이슈를 다루는 모임을 많이 만들었다. ‘성평등정책연구포럼’(대표 김상희 의원), ‘국회미래여성가족포럼’(대표 류지영·신의진 의원),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대표 김희정·민병주 의원) 등이다. 청년 의원들이 늘어나며 청년실업 해소를 다루는 ‘청년플랜 2.0’(대표 박홍근·정호준 의원)이 생기기도 했다.



의원들이 소속 정당보다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는 일도 잦아졌다. ‘국회 혁신도시 의원모임’(대표 유승민 의원)은 대구·경남의 여당 의원들과 전남의 야당 의원들이 지역 균형발전을 논한다. ‘접경지역 사랑 국회의원 협의회’에선 인천·경기·강원 등 북한과 접한 까닭에 개발에 규제가 많은 지역 의원들이 여야를 초월해 지역 활성화 방안을 고민한다.



이 같은 추세는 여야 공히 계파 모임이 사라지는 분위기와 맞물려 가속도가 붙었다. 우선 새누리당에선 계파 해체 논의가 18대 국회 말부터 활발했다. 18대 국회 초기인 2008년만 해도 친이계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며 ‘국민통합포럼’(97명), ‘함께 내일로’(70명) 같은 친정부성 대형 모임을 만들었다. 이에 친박계도 공부모임을 표방하며 각각 의원 50명과 21명이 활동하는 ‘선진사회연구포럼’(대표 유정복 의원)과 ‘여의포럼’(대표 유기준 의원)을 발족했다. ‘친이 모임’과 ‘친박 모임’ 사이엔 성격차가 뚜렷해 정두언 같은 친이계 의원이 친박계 모임에 가입하면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당이 친박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친이계 모임들은 사라져갔다. 친박계도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계파 모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계파 형성을 시대착오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대신 대선의 핵심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다루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회원 30여 명)이 새누리당 최대 모임으로 부상했다. 친이·친박 구분 없이 당내 쇄신파가 주도한 이 모임은 재벌 개혁 법안을 여럿 내놓아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최근엔 택배기사나 텔레마케터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경실모 회원 일부는 다음 달 11일 의원들을 추가로 끌어들여 한국형 발전 모형을 연구하는 ‘국가모델연구회’(가칭, 회원 45명)를 발족할 예정이다. 이 경우 당내 최대 모임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모임엔 정몽준·이인제·이병석·이주영·안홍준 등 중진의원들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경실모와 국가모델연구회를 주도하는 남경필 의원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인물 중심 정치 시대는 끝났다”며 “5년 뒤 새누리당의 새로운 집권 국가 모델을 만드는 게 더욱 필요해진 상황에서 독일 사례 등을 연구하자고 제안하자 친박, 비박, 초선, 중진 막론하고 모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친박·비박 간 입장차가 적지 않은 만큼 계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대선 패배 후 당 개혁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계파 청산 논리가 활발해졌다. 지난 14일 김기식·유은혜 등 초선의원 33명은 “당내 낡은 구조를 청산해야 진정한 당 혁신이 가능하다”며 계파정치의 청산을 주장했다.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 모임 ‘진보행동’도 19일 해체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초·재선 의원 22명은 탈계파 혁신모임인 ‘주춧돌’을 발족했다. 이들은 “국민의 이익이나 정당의 가치보다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계파정치는 인적 자원과 정보의 흐름을 왜곡하는 암세포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혁신모임도 사실상 친노 세력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또 다른 계파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한길 의원이 주도해 만든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당내 야당을 자임하며 쇄신을 주장했지만 사실상 친노에 대항하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측과 가까운 의원들의 모임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안철수, 당선 후 모임 만들지 관심



민주당 내 계파의 역사 자체도 워낙 뿌리 깊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전후 친노가 부상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와 구민주계는 세력이 크게 약화됐지만, 재야 운동권의 중심이던 김근태계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손학규계, 정세균계는 살아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면 일부 민주당 의원을 규합하는 모임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혁신 논의에 참여해 온 안병진(미국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계파 수장의 위력은 약화됐고 민주당 내에서도 옛날식 계파로는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의원 모임도 정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그래도 전략적 이익 때문에 일부 세력은 연합할 수밖에 없는데 안 전 교수가 국회에 입성하면 김한길파처럼 계파와의 파트너십보다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