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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주민에 '안철수 처 입니다' 했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2013.03.31 00:01
‘안철수의 아내’ 김미경(50·사진) 서울대 의대교수는 “남편(안철수 4·24 노원병 재·보선 예비후보)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던 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노원에서 만나는 주민들이 ‘이번엔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대선후보 사퇴한 날, 표현 못할 만큼 마음 아파”
‘안철수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 인터뷰

26일 서울 노원구 7호선 수락산역 근처 커피숍에서 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다. 김 교수는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남편을 열흘째

돕고 있다. 평일엔 이틀에 한 번꼴로 지하철역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주말엔 아침·낮 시간에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김 교수는 안 예비후보의 대선 출마 때도 고향인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한 달 반 동안 유세에 나섰었다.



김 교수가 신문 인터뷰에 응한 건 안 예비후보가 지난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중앙SUNDAY가 처음이다. 그는 “남편이 교수가 될 줄 알고 결혼했는데 어느 날 사업을 하고 정치에 뛰어들더라”며 “남편이 내린 결정들이 나중에 지나고 보면 좋은 선택이라고 믿어왔기에 따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도 이제 악수 잘 해요”라며 기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양손으로 손을 꽉 잡고 눈을 맞췄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하는 악수 방식이다. 단발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었고, 검은 니트 원피스 차림에 부츠를 신고 옅은 화장도 했다.



그는 “노원구 산악회 모임에 나갔더니 젊은 여자분이 ‘머리를 자르면 젊어보일 것’이라 해 어제 머리를 잘랐다”며 “또 어제 퇴근 인사 때 한 주민이 ‘화장을 좀 하라’고 해서 오늘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 노원으로 이사온 소감이 어떤가.



“주민들이 굉장히 따뜻하시다. ‘안철수 처 입니다’고 인사하면 주민들이 손을 잡아주신다. 지난 토요일에는 저희 아파트 단지 주민 100명쯤이 모여서 환영회도 해주셨다. ‘드디어 정착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선거용으로 이사온 게 아니라 정말 정착할 생각인가.



“그렇다. 여기 정착할 거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데, 집에서 산이 굉장히 가깝다. 수락산 입구가 여러 개던데 다 다녀봐야 할 것 같다.”



- 주민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주로 하나.



“많은 분이 ‘(안 예비후보가) 이번엔 그만 두면 안 돼요’라고 한다. ‘끝까지 가야 합니다’ ‘힘내세요. 고생하십니다’ 같은 말씀도 많다. ‘절대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그런 건 안 된다’고 길게 말씀하시는 분도 만났다. (선거 목적으로) 여기 살다 떠난 정치인들에게 마음이 많이 상하셨던 것 같다.”



- 노원 주민을 위한 공약은 뭔가.



“아직 발표 안 했다. 기본적으로 남편이 교육자였으니까 교육 관련된 게 많을 것이고 복지에도 신경쓸 것이다.”



- 대선 당일 남편과 미국으로 떠나 82일간 지냈다. 그곳 생활은 어땠나.



“12월 말까지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 간 것 같다. 미국 유학 중인 딸이랑 같이 지내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게 필요했다. 성탄절 때는 딸이 해온 자원봉사에 참여해 당근 깎고 배식하고 지냈다. 남편과 함께 마음을 추스르고, 운동과 산책도 했다. 미국에서 대학교재를 내는 3대 출판사 중 한 곳에서 500~1000쪽 책을 내기로 하고 연말을 목표로 집필 중이다.”



- 남편은 미국에서 뭐했나.



“남편은 책을 많이 읽고 혼자 이어폰을 끼고 많이 걸었다. 음악을 들은 건 아닌 거 같고 시사 프로그램, 팟캐스트 같은 걸 들었다. (정치 구상을 한 것 아닌가?) 여러 생각을 하셨겠죠.”



- 영화 「링컨」을 봤다고 하던데.



“정적들을 장관으로 등용한 링컨의 리더십을 다룬 책 「팀 오브 라이벌스」(한국판 ‘권력의 조건’·영화 링컨의 원작)를 다 읽고 나서 남편·딸과 영화를 봤다. 링컨은 정말 위대한 정치가 같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아카데미 수상 영화 「다크 제로 서티」도 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TV에 나와 자신이 젊은 시절 봤던 영화 「라이온킹」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이벤트를 하고 나서 불과 몇 시간 뒤 다시 TV에 나와 심각한 목소리로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선언하는 걸 봤던 게 생각났다. 정치인은 겉으로는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그걸 동시에 처리하는 사람임을 깨달은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영화 「레미제라블」도 미국에서 봤다. 마지막에 등장인물 전원이 살아나 노래 부르는 장면이 좋았다. 남편도 이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 영화 「링컨」에선 링컨이 결단을 내리는 데 부인의 역할이 크게 나온다.



“나는 결혼할 때 이 사람(안 예비후보)이 정치인이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교수가 될 사람으로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갑자기 사업을 하더라. 의과대학보다 안철수연구소 쪽에서 남편을 훨씬 더 원했다. 그때 컴퓨터 백신을 개발한 사람은 남편 혼자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받아들였지만 마음이 아팠다.”



- 남편이 ‘정치 하겠다’고 했을 땐 어땠나.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얘기한 게 아니라 상황이 진행되는 걸 같이 봤으니까, 담담히 받아들였다. 남편이 생각을 굉장히 오래하는 편이다. 그 생각 가운데는 나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텐데, 그런 끝에 결정을 내린 걸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이 내린 큰 결정들이 지나고 보면 조금 고생스럽긴 했어도 훨씬 더 좋고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믿어왔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좋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 대선 출마 당시 재개발아파트 딱지 구입설, 딸 위장전입설 등 여러 루머가 제기됐다.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너무 어이없고 화도 났지만 사실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특히 딸에 대한 루머가 나왔을 때 딸이 엄마, 아빠 잘못 만나 그런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딸은 정치를 비롯해 아버지가 하는 건 다 좋아한다. 딸에게 아버지는 늘 최고다.”



- 대선 당시 남편의 유세를 적극 지원할 줄 알았는데 강의를 여러 개 맡아 놀랐다는 사람들이 있다.



“(웃으며) 다음 학기 강의도 어제 다 신청했다. 대선 때 남편을 도우면서도 강의는 칼같이 했다. 정 어려우면 연가를 냈다. 그래서 1년 연가를 대선 기간 한 달 동안 다 썼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 나가는 건 긴장된다. 대선 때 호남에 여러 번 갔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내가 부산 남자를 제일 좋아하는 호남 여자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때 어땠나.



“옆에서 보면 굉장히 힘든 일인데 남편이 현명하게 선택하기를 바랐다. 남편은 자기가 어려웠던 얘기를 직접 하지 않고 혼자 극복하는 편이다. 그래도 옆에서 보면 ‘힘들구나’하고 안다. 제가 오히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편이다.”



- 남편이 후보를 사퇴했을 때 심정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딸이랑 다 같이 미국에 있었다.”



- 본인도 성공한 여성인데 ‘안철수 처’라고만 소개한다면 섭섭하지 않나.



“상관없다. 미국 법조계 친구들을 만나면 (안 예비후보를) ‘내 남편’이라고 소개한다(웃음). 학문을 하면서 정치인 남편 내조를 병행하는 게 어떤 면에선 오히려 활력이 되더라.”



- 남편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의 장단점을 각각 든다면?



“정치인 안철수는 어려운 길을 주로 선택한다. 국민 입장에선 장점인데 부인 입장에선 안타깝다. 남편 안철수는 따뜻하다. 본인이 힘들어도 내게 얘기를 하지 않고 늘 웃는 건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해주려고 그런 거다. 남편 손이 굉장히 따뜻해 별명이 옛날부터 ‘손난로’였다. 같이 걸을 때 손을 꽉 잡아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만 ‘경상도 남자’ 같은 측면이 있어서 사근사근하진 않다.” 



강찬호·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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