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앙시평] 이라크전쟁이 북한 핵 보유 촉진?

중앙일보 2013.03.30 00:13 종합 31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이라크 전쟁 10주년이 되는 지난 20일을 전후해 미국 전 지역에서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선 이라크 전쟁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보자.



 이라크 전쟁이 할 가치가 있는 전쟁이었느냐에 대해 오늘날 미국 내 여론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전쟁에 대한 최종적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1920년대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다수는 1차대전에 참전한 것이 실수라고 믿었다. 그러나 1940년대에 이르러선 미국인 다수가 1차대전 참전을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왜 그럴까. 일본 군국주의와 나치 독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1차대전 그 자체와 전쟁에서 치른 희생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950년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 참전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 한국의 눈부신 성공을 보면서 오늘날 거의 모든 미국 사람들은 1950년 한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의 대차대조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뒤 이라크는 여러 면에서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석유수출이 늘어나고 있고 폭력사태는 남미 국가들보다 적은 수준이다. 특히 10년 전 이라크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사담 후세인은 더 강력한 테러 지원자가 돼 있을 것이고 걸프 지역 다른 국가들을 위협했을 것이다.



 반면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 국민이나 미국인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란은 이라크의 패배로 인해 생긴 힘의 공백을 차지했다. 미국 양당 지도자들이 주장했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이라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지역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니면 미성숙 상태의 민주주의를 점차 안착시키면서 이웃 국가들에 모범적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역사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마음을 굳히도록 했을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다. 북한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협정을 체결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 몇 년 전의 일이다. 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북한에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협상에 응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나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10년 전 3월 중국 베이징에 있었다. 6자회담을 출범시키기 위해 미·북·중 3자회담을 하는 중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본 중국과 북한 대표단이 드러낸 “충격과 공포”는 손에 잡힐 정도였다. 중국 대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지와 군사적 능력이 있음을 우려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었지만 이라크에서 미국이 보여준 힘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하는 외교에 큰 힘이 됐다.



 반면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2004년부터 6자회담 중국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의 전후 처리 준비 부족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상실했다. 이라크 전쟁 초기의 성공적인 공격이 지렛대를 강화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말이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외교에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갈등이 커졌고 그로 인해 대북정책의 효율적인 조율이 어려워졌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싫어했다는 소문들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초기에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했고 6자회담 석상에 타협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 그러나 협상안을 준비하는 일 자체가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갈등과 불신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전략이 잘못되지는 않았더라도 정책의 효과가 훼손됐고 시간이 지체됐다. 그로 인해 우리의 동맹국들도 혼란을 겪었다.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 아시아 각국들과 미국 사이의 동맹관계는 크게 강화됐다.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것이 도움이 됐다. 동시에 북한의 위협이나 중국이 제기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이 가치 있는 동맹이자 파트너로 부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미·중 관계는 이라크 전쟁 이전이나 최근에 비해 전쟁 기간의 몇 년 동안 더 좋았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문제나 대만 문제,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타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라크 전쟁과 한국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여기까지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