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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30센트 … 요거트랜드 ‘숟가락 마케팅’

중앙일보 2013.03.30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전 세계 요거트랜드 매장은 220개. 그는 “1500개가 목표”라고 말했다.


요거트랜드(Yogurtland)는 이름 그대로 요거트 나라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LA타임스는 요거트랜드 열풍을 소개하면서 “골목마다 요거트랜드가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온스당 35센트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저렴하다. 시설 투자는 엄청나다. 지난해 1000만 달러를 들여 설립한 자체 공장에 5000갤런(약 1만8000L)의 우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타워형 탱크까지 갖췄다.

고객들 “버리기 아깝다” 집에 가져가
시리얼·밥 먹을 때 사용, 홍보 효과 커



 무엇보다 자체 개발한 50여 종의 요거트에 과일 등 30여 개의 토핑을 스스로 골라 얹어 먹는 셀프서비스 방식은 고객들에게 ‘나만의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특별한 재미를 선물했다. 그래서인지 요거트랜드의 국민은 걸음마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마찬가지. 연예 매거진 ‘쇼핑앤인포’는 “요즘 연예인들이 요거트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베벌리힐스의 요거트랜드 매장 근처에선 스타의 사진을 찍기 위해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요거트랜드를 통해 독특한 식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한 고객이 자기가 만든 요거트 인증샷을 찍어 요거트랜드 페이스북에 올리면 다른 고객이 그 사진을 보고 따라 만들어 먹는 식이다. 맛이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그들만의 강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요거트랜드는 팬들에게 보답을 잊지 않는다. 매년 하루 ‘전국 프로즌 요거트의 날’을 정해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요거트를 준다.



 요거트랜드의 숨은 성장동력은 숟가락이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개당 5센트짜리 작은 플라스틱 스푼을 쓸 때 요거트랜드는 차별화를 선언했다. 개당 30센트짜리 밥숟가락 크기의 고급 스푼을 도입했다. 옥수수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다. 가맹점들이 비싸게 스푼을 사야 하는 부담 때문에 꺼려 하자 장준택 대표가 비용의 절반을 떠안았다.



 장 대표가 적극적으로 숟가락에 매달린 이유는 숟가락만 한 광고 매개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스푼이 고급스러워지자 고객들이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집에 가져갔다. 숟가락이 커서 시리얼이나 밥을 먹을 때도 쓸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어바인 인근 가정 부엌 서랍에는 요거트랜드 스푼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며 “서랍을 열 때마다 스푼을 보게 되니 이만 한 광고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숟가락 광고는 일본 고양이 캐릭터 ‘헬로 키티’를 만든 산리오와 손을 잡으면서다. 2010년 산리오 창립 50주년 행사에 초대받아 시식 부스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던 게 계기가 돼 캐릭터 계약을 체결했다.



 숟가락에 헬로 키티 캐릭터를 넣었더니 어린아이들이 열광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다 모아야 한다는 아이들 성화에 부모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요거트랜드를 찾아야 했다. 그 인기를 미국 기업들이 놓칠 리 없었다. 올여름에는 워너브러더스와 캐릭터 계약을 체결했다. 루니툰스를 비롯해 로드러너 등 미국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들이 숟가락에 찍힌다.



 장 대표의 ‘숟가락 마케팅’에는 뛰어난 두뇌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사내 9명의 연구진이 모인 ‘R&D센터’다. 숟가락의 크기와 재질·색깔·모양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요거트 종류도 이 연구실에서 만든다.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 외에 연구실이 주력하는 제6의 맛도 있다. 바로 ‘재미있는 맛’이다. 땅콩잼 젤리맛 요거트는 비록 실패했지만 요거트 맛의 한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개발 중인 맛은 ‘바비큐 프리토스’다. 본사를 찾아간 날, 연구원들이 맛보라고 권했다. 먹고 나서 잔뜩 찡그리는 기자에게 연구원들이 껄껄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맛이 웃기지 않아?”



정구현 LA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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