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아프리카 물류항 확보 … 길어지는 ‘진주 목걸이’

중앙일보 2013.03.29 00:47 종합 18면 지면보기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가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나들이로 눈길을 모은 이번 회의는 돈독해진 중국-아프리카 관계를 재확인하게 했다. 특히 초대형 인프라 개발협약이 잇따라 맺어졌다.


탄자니아·남아공 찾은 시진핑
대규모 항만개발 협약 잇단 성사
‘해양 실크로드’ 거점 2곳 추가
미·인도선 군항으로 활용 우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로 유명한 중국 국유기업 치루이(奇瑞)가 남아공의 리처드만 항구를 수십억 달러를 들여 개·보수하기로 했다. 중국개발은행(CDB)도 화물운송업체 트랜스넷에 50억 달러(약 5조56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내륙 천연자원을 중국까지 실어 나르기 위해 수송망을 완비해 주는 중국식 투자다. 앞서 시 주석은 탄자니아 방문 때 동부 연안 바가모요항 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가모요(Bagamoyo)란 ‘내 심장을 여기에 두고 간다’는 뜻의 스와힐리어. 19세기까지 노예수출항으로 쓰인 이곳이 동아프리카 종합 물류기지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로써 중국의 인도양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가 아프리카 남부까지 뻗게 됐다. 진주 목걸이란 중국이 중동에서 남중국해까지 해로를 따라 투자 개발하는 거점 항구들을 이으면 진주 목걸이와 비슷한 모양이란 데서 나온 용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미얀마의 시트웨 항구 등이 꼽힌다. 중국은 이들 투자가 상업적·경제적 목적에 국한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인도 등은 이 ‘진주’들이 중국의 인도양과 태평양의 군사거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가모요항 개발에도 마찬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홍콩 명보(明報)는 군사전문가인 황둥(黃東)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의 말을 빌려 이 항구가 유사시 중국 군함의 정박과 보급 기지로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신화통신 계열의 주간지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올해 초 보도한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국제선구도보는 1월 4일 ‘해군이 첫 해외 전략 거점을 마련할까’라는 제목의 평론 기사에서 유력한 ‘거점 후보지’를 꼽았다. 파키스탄·방글라데시·미얀마·태국·캄보디아·파푸아뉴기니·몰디브·스리랑카·세이셸 군도 등 아시아 국가와 지부티·탄자니아·나미비아·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를 망라했다.



 상선 위주의 민간항구 개발이라 해도 사실상 중국의 해양 파워 강화로 연결된다. 저명한 군사지정학 전문가 로버트 카플란은 지난달 스트랫포 기고에서 “중국 해군의 상주 여부를 떠나 민간 교역의 해상 파워에 주목해야 한다”고 썼다. 중국이 해외 항구들을 상시 이용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이것이 군사 우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 토벌에 무기 지원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은 자원 확보와 함께 수송로 안전성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수입원유 80%가 통과하는 믈라카 해협 의존성을 계속 낮춰간다는 계획이다. 중동·아프리카에서 확보한 원유·원자재를 파키스탄 혹은 미얀마까지 수송해 와서 내륙 철도를 통해 전역으로 공급하는 구상도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와 인도양·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해양 실크로드’가 만나게 된다.



강혜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