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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나름’과 ‘나름대로’

중앙일보 2013.03.29 00:30 경제 10면 지면보기
“저는 31세 미혼 여성입니다. 평균 키와 몸무게를 가진, 나름 예쁜 데다 동안이기까지 한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낡고 오래됐지만 나름 낭만적으로 꾸며져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왔던 교회를 떠올리게 한다.” “늘 그랬듯이 금요일 저녁 기차는 여객들로 나름 붐볐다.”



 요즘 이렇게 부사처럼 많이 쓰이는 ‘나름’은 사전을 찾아보면 부사가 아니라 의존명사로 분류돼 있다. ‘나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첫째는 명사나 어미 ‘-기’ ‘-을’ 뒤에 ‘이다’와 함께 쓰여 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나타낸다. 둘째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식이나 깜냥’을 이른다. 예문에서 보듯 사람들이 주로 둘째 의미의 용법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의존명사는 그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독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를 가리키는데, 이 ‘나름’을 부사처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름’은 부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음은 어떤가. “멋지게 한판 붙어보리라 나름대로 다짐을 하고 왔던 사람들이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운지 주머니에 든 돌을 꺼내서 구청 주차장 쪽으로 던졌다.” “그녀는 나름대로 집 안 청소를 하긴 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스펀지와 빗자루를 들고 대충 훑고 지나가는 식이었다.” 이들 예문은 맞는 것처럼 보이나 역시 틀린 사례다. ‘나름대로’라는 부사도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앞에 ‘자기들’이나 ‘그(녀)’란 말을 넣어야 바르다.



 어법에 맞게 하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 “이 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신이나 내세, 현세의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정할 수 있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의존명사 ‘나름’을 부사처럼 쓰는 오용(誤用)을 없애려면 ‘나름’과 ‘나름대로’를 둘 다 부사로 허용하면 된다. 아니면 ‘나름대로’만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부사로 사용하니 인정해 주자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는 어법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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