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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 위기-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중앙일보 2013.03.25 00:38 종합 23면 지면보기
제9보(102~108)=바둑은 중국에선 ‘지혜의 체조’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手)라는 게 아주 복잡해지면 체조가 아니라 서커스단의 고난도 요가로 변합니다. 체조든 요가든 몸으로 하는 건 다 눈에 보이지만 바둑 수는 보이지 않는다는 아픔이 있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내저은 난해한 장면인데요, 박영훈 9단의 설명을 따라가 봅니다.


[본선 8강전]
○·판팅위 3단 ●·최철한 9단

 흑▲ 젖히자 102로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103으로 끊는 수는 더욱 처절합니다. 104가 놓이자 흑A의 젖힘도 사라져 상변이 황폐해졌습니다. 그걸 각오하고 끊었으니 보통 강수가 아니지요. 하지만 백△가 목의 가시처럼 급소를 점령하고 있어 흑 3점의 모양이 매우 나쁩니다. 전도가 험악하다는 걸 예감케 하는 장면입니다만 최철한은 105로 포위해 놓고 화회를 기다립니다. 백이 만약 ‘참고도1’ 백1부터 찌르고 나온다면 6까지 두 점을 챙겨둡니다. 7로 끊어도 아래쪽 흑 대마는 살 수 있습니다.



 106이 허공을 가르며 떨어집니다. ‘판팅위’의 존재감을 보여준 날카로운 한 수였습니다. 107엔 108로 뻗어놓고 응수를 기다립니다. 16세 판팅위의 얼굴이 40세 노장처럼 노련함을 품어내고 있습니다. 흑이 만약 ‘참고도2’ 흑1로 둔다면 이건 백6까지 사달이 나도 크게 나게 됩니다. 백B가 선수여서 흑은 대마를 살릴 수 없습니다. 최철한 9단에게 시련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그의 다음 수는 과연 어디일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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