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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배우·사회운동가 … 67세 나이가 무색한 프랑스 대중문화 아이콘

중앙선데이 2013.03.22 22:19 315호 6면 지면보기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버킨 백’은 매우 비싼 가방이지만, 우리 나이로 예순일곱인 이 가수 겸 배우, 또는 영화 감독이자 사회 운동가의 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하나의 부연 소재에 불과하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가 프랑스발 문화 아이콘이 되는 과정에는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1928~1991)라는 천재 싱어송라이터·배우·감독이 있었다. 영화 ‘슬로건’을 함께 촬영하고 사랑에 빠지면서 프랑스에 정착한 제인 버킨은 이후 갱스부르의 곡을 부르는 가수이자 배우로서, 그리고 그녀가 초창기 출연했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욕망’(원제 Blow-Up)에서 맡았던 역할처럼 모델 혹은 스타일의 창조자로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30일 내한 공연하는 제인 버킨

재즈부터 로큰롤, 레게에 이르는 폭넓은 표현력을 지니고 있던 음악가 갱스부르는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을 제인에게 선사했고, 그 교류는 영국 등 전세계 차트 기록을 바꾼 ‘주 템…무아 농 플뤼(Je t’aime…moi non plus)’부터 시작해 세르주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지속됐다.

버킨은 뛰어난 배우이기도 했지만 프랑스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없는 핸디캡 때문에 1970년대 프랑스 내에서는 영화보다 광고에 더 많이 출연했다. 영화 감독 자크 드와이옹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85년 영화 ‘더스트’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영화 활동의 폭은 좀 더 넓어진다. 중심에는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있었다. 오늘날 배우·가수로 성공한 자신의 두 딸(샤를롯 갱스부르, 루 드와이옹)과 함께 출연한 바르다의 연출작 ‘아무도 모르게’에서는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후 바르다는 버킨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도 제작한다. 87년에는 ‘오른쪽에 주의하라’를 장 뤼크 고다르와, 92년에는 ‘누드모델’을 자크 리베트와 함께 촬영하며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Boxes’로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도 출연했다.

세기의 커플로 70년대를 함께하고, 결별한 이후에도 친구로 지내 온 갱스부르가 91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버킨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연 무대에 서게 된다.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앙코르 요청을 받는 ‘아라베스크’와 일본 음악가들과 함께 한 자선 공연에서 촉발된 ‘세르주 갱스부르를 노래하다’는 전세계에서 기립 박수를 이끌어 낸 장기간의 월드 투어들이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아웅산 수지의 석방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고, 재난 지역이나 인권이 위협받는 곳들을 늘 뛰어다니며 자신의 역할을 찾는 사회 운동가이기도 한 그녀는 낡고 오래된 옷을 입고 딸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구호 텐트에서 잠을 자면서 남을 돕는 데 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작가와 연출자로도 영역을 넓혀 가는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때일 것이다. 마돈나는 최근 파리 공연에서 버킨의 히트곡을 불렀는데, 버킨처럼 마돈나 이전과 이후의 세대에 걸쳐 팝 문화에서 크나큰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여성 아이콘은 찾기가 힘들다. 애초 브리짓 바르도가 불렀지만 발표되지 않았던 ‘주 템…’을 그녀의 목소리로 히트시킨 69년부터 오늘날까지. 자신의 노래는 물론 음악과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그녀의 딸들을 통해 버킨의 존재감은 더욱 오랫동안 투영될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30일 오후 서울 광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한국팬과 1년 만에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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