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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티켓 예매제 실험 … 완전 매진에 암표까지 등장

중앙선데이 2013.03.24 00:13 315호 6면 지면보기
미국의 스타 셰프 그랜트 애커츠(38·사진)는 2011년 4월 레스토랑 업계의 상식을 뒤집는 실험을 했다. 시카고에 두 번째 레스토랑 넥스트(Next)를 열면서 예약을 받는 대신 식사 티켓을 판매하는 ‘예매제’를 도입한 것이다. 손님은 공연 티켓을 예매하듯 원하는 날짜·시간의 식사 티켓을 사전에 구매해야 한다. 공연 티켓과 다른 점은 환불이 안 된다는 것. 노쇼(no-show) 손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예매제의 성공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제임스 비어드 재단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셰프’상을 받은 애커츠라도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쇼와 전쟁, 해외 이색 사례

결과는 성공. 2011년 10월 시즌 티켓은 오픈 8초 만에 매진됐다. 암표까지 등장했다. 티켓을 시즌별로 판매하지만 하루에 2~3개의 테이블은 당일 판매분으로 남겨 놓고 매일 오후 페이스북·트위터에 공지한다. 21일 오후 4시(현지시간)에 띄운 저녁식사 티켓은 2시간 만에 매진됐다.

가격도 비싸다. 넥스트의 평일 저녁식사권은 1인당 125달러(약 14만원)이고 주말·공휴일과 좋은 자리는 가격이 더 뛴다. 음료·와인 티켓은 별도 판매다.

흥미로운 건 환불 불가 원칙에 대처하는 고객들의 자세다. 사정이 생긴 손님들끼리 인터넷 등에서 티켓을 거래한다. 넥스트의 페이스북엔 “여자친구가 아파서 못 가게 됐으니 티켓을 사고 싶은 분은 연락 달라”는 글이 자주 뜬다.

노쇼 부담이 없어서일까. 뉴욕타임스(NYT)는 “셰프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때 탄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넥스트의 성공에 힘입어 애커츠는 자신의 첫 레스토랑 알리니아(Alinea) 역시 지난해 8월부터 예매제로 전환했다.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점인 별 셋을 받은 알리니아의 티켓 가격은 1인당 식사만 265달러를 호가한다.

미국·유럽의 많은 레스토랑이 이 같은 예약금·위약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두 달 전 예약이 차는 뉴욕의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은 일주일 전에 예약자들에게 1인당 225달러를 먼저 결제받는다.

레스토랑과 신용카드사가 손잡고 노쇼와의 전쟁을 벌인 적도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와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 44곳이 1994~97년 벌인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레스토랑 측이 손님에게 “노쇼를 하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통해 1인당 50달러의 위약금이 결제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위약금을 받는 절차가 복잡하고 고객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상용화되진 못했다.

최근엔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한 복수(?)도 많아졌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명 노마(NOMA) 레스토랑의 오너셰프인 르네 레드제피는 지난해 3월 트위터에 ‘노쇼 고객을 위한 선물’이라며 식당 직원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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