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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경쟁시켜 40대 장관 나오게 하고 금융기관 임원 고액 연봉 제동 걸어야”

중앙선데이 2013.03.24 01:15 315호 16면 지면보기
조윤제 1952년 부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스탠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IBRD 자문교수,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주영 대사, 현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순 전 부총리가 우리 경제의 위기 탈출구로 정부·금융·과학기술교육 등 3대 부문의 전면적 개혁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정부에서 장기간 개혁 실무를 다뤄 온 조윤제(61·사진)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3대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봤다.

정부·금융 개혁 실무에 밝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9년간 분석관을 지내며 세계 각국의 정부·금융개혁에 관여했다. 또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기획재정부 자문관으로 국내 금융개혁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다. 인터뷰는 그의 서강대 연구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8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순 전 부총리가 우리 경제의 성장비결로 중소기업을 강조했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잘되려면 사람과 기술이 핵심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인력은 대기업에 처지지 않는다. 미국 젊은이들도 작은 기업을 선호한다. 부를 획득할 수 있는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하청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엄격한 법률서비스를 상시화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구조다. 모함(母艦)인 대기업을 구축함인 중소기업들이 따르는 항공모함 전략과 개별 중소기업 강화 전략,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대기업 아래서 계열화된 중소기업 10만 개가 특히 중요하다.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공동으로 인력·기술·시장을 개발하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처럼 창의적인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개혁의 핵심이 관료사회 개혁인데 해결방안은 뭔가.
“단적으로 우리 관료사회는 경쟁 시스템이 부족하다. 모든 관료가 과장·국장·차관보(1급)가 되려는 열망을 막지 못하면 관료개혁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같은 해 고시에 합격한 100명이 출발하면 사무관을 15년, 과장을 10년 한다. 과장은 50명, 국장은 30명에 달한다. 이렇게 인원이 줄지 않다가 차관보가 나오면서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 외국에서는 40대 장관이 많다. 국장 5년을 하고 차관보와 차관을 4년쯤 한다. 반면 한국 관료들은 30년 공직생활 중 25년을 사무관과 과장으로 지낸다. 이렇다 보니 고위 관료가 크고 넓은 시야를 갖기 어렵고 역량도 떨어진다. 공무원사회에 경쟁을 도입해 40대에서도 장관이 나오게 해야 한다.”

-한국도 사무차관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여당 간사에게 그런 자리를 줘 국회와 정부 간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토해 볼 만한 일이다.”

-한국은행에 금융감독권을 주자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행은 은행의 최고 대부자(貸付者) 지위에 있다. 금융감독 기능을 줘야 한다.”

-메가뱅크(대형은행) 추진방안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다.
“반대한다. 우리 금융이 홍콩·뉴욕·런던에서 놀려면 삼성전자 같은 대형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한국에 삼성전자 급의 거대 금융기관이 부실을 야기할 경우 큰일 난다. 금융은 (민간) 비즈니스 세계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연봉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에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임원보수제한법을 만들었다. 고전경제학의 핵심 이론인 한계생산성에 기초를 둔 법이다. 기여한 만큼만 받아야 한다는 거다. 연봉을 제한하든지, 연봉 10억원 이상이면 아주 높은 세율을 매기든지…. 지금 우리나라 은행엔 은행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런데 뭐 하러 은행장에게 그리 큰돈을 주나.”

-산업은행이 중소기업은행을 인수해 소유권을 국가가 갖되 경영은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있다.
“그런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금융은 일반기업 민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개방경제임에도 취약성이 크다. 따라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정부 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 2003년 LG카드 사태 당시 산업은행이 부실 정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뒤에야 일반 은행들이 따라왔다. 또 남북 관계가 진전돼 경협이 가속화될 때도 정부 은행이 중요할 거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당장 민영화돼도 국가적으로 큰 이익은 없다. 영국의 최대 은행인 IBS는 정부 은행이고, 프랑스도 정부 은행이 있다.”

-KT와 포스코, KB국민은행이 민영화를 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주식을 단 한 주만 갖더라도 기업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주장이다. 대처 영국 총리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도 일정한 규제를 하기 위해 ‘골든 셰어’란 이름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이 비판을 받는데, 포스코의 경우 자회사가 수십 개에 달한다. 조선업 경기가 한창 좋을 때 포스코가 이익이 적다고 후판 생산을 줄여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신용불량자들의 부채 탕감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데.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안 갚아 주는 게 최선이지만 경제위기 현실 속에서 지혜를 찾아야 한다. 첫째는 공정성 문제인데, 과거에도 부채 탕감의 역사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농가 고리채를 농협에서 인수한 뒤 농민에게 장기 저리로 꿔 준 적이 있다. ‘안 떼먹으면 바보’란 말도 돌았고 빌려 준 돈의 20∼30%를 받지 못했지만 급한 불은 껐다. 1972년 8·3조치로 정부가 기업 빚을 탕감해 준 적도 있다. 97년 IMF 금융위기 때도 은행에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는 결국 기업에 돌아갔다. 둘째, 정부가 벌써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하면 빚진 국민은 더 안 갚을 것이다. 정부가 갚아 줄 때 갚아 주더라도 ‘먼저 갚아 주겠다’고 나서선 안 된다. 셋째, 빚을 갚아 주기에 앞서 정부는 계층과 대상, 시기와 방법을 면밀히 연구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방법을 구해야 한다. 넷째, 직접 탕감 대신 금리를 낮추고 기한을 연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구 노력과 연계하는 방안도 연구돼야 한다. 다섯째, 빈곤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 부담으로 극복해 나가야지 금융을 통해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보수·진보가 고쳐야 할 점은 뭔가.
“보수는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계층 간 이동이 없어지고 있다. 보수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진보의 문제는 북한 문제와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듯한 진보는 안 된다. 진보는 진보적인 가치들의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보수도 진보를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면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개혁모델로 독일이 중시되고 있다. 독일 모델은 왜 강한가.
“첫째, 독일은 중소 제조업에 ‘히든(감춰진) 챔피언’들이 많다. 둘째,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다. 독일 국민은 ‘자유시장 논리가 국민의 복리 증진을 약속한다’는 오르도 학파의 주장이 맞지 않다고 본다. 셋째,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가 집권 당시 강성노조를 설득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한 게 한때 유럽의 병자로까지 불렸던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근검절약과 일하는 정신 등 독일 특유의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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