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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의 두 얼굴

중앙선데이 2013.03.24 01:25 315호 20면 지면보기
봄이 가까이 왔다. 낭만적인 사람은 꽃을 생각할 것이고,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푸른 잔디를 생각할 것이다. 피부과 의사들은 어떨까. 필자는 봄 하면 자외선이 연상된다. 봄이 되면 기미·잡티를 가진 여성들이 병원에 많이 온다. 기미·잡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바로 자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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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이 얼마나 자외선에 민감한지는 공원이나 산에 가보면 안다. 얼굴 전체를 가려주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많다.

 자외선은 피부에 기미나 잡티를 유발하고, 피부암 발생도 증가시킨다. 또 진피에 콜라겐 합성을 억제해 피부노화를 촉진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자외선이 피하지방 합성까지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이유로 자외선은 피부에 관한 한 무조건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중요한 역할도 한다. 바로 비타민 D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타민 D는 체내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생기고, 과거에는 허리가 굽는 구루병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의 부족은 우울증·복부 비만·심장병·퇴행성 관절염·대장암 발병률도 증가시킨다. 자외선에 의해 피부에서 합성된 비타민 D가 체내 비타민 D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외선을 적절히 쪼이는 것은 비타민 D 생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최근 국내의 한 대학병원 연구에 따르면 남자 53%, 여자 62%가 비타민 D 부족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대학병원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20대의 91.8%, 30대 89.1%가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정상보다 낮았다고 보고됐다. 이는 일조량이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적은 북유럽의 수치보다도 낮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부 미용을 위해 선크림을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외선 부족에서 오는 비타민 D의 결핍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 특히 입시 준비로 해를 거의 보기 힘든 수험생들,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피부 미용을 위해 과도하게 선크림을 바르는 경향까지 감안하면 최근 급격히 증가한 우울증과 자외선 부족의 연관관계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피부 미용을 위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잃는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미·잡티로 걱정하는 여성들이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아주 적은 양의 자외선만으로도 적당량의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맑은 날 기준으로 일주일에 2~3번 정도, 얼굴·손·팔 등에 햇빛을 5~10분 쪼이면 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만약 그래도 기미·잡티가 걱정된다면 얼굴은 가리고 손·팔에 일조시간을 조금 늘려주면 된다. 그러면 건강과 피부 미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강진문(46) 피부과 전문의. 분당 차병원 교수 역임. 화상 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해 화상환자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저서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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