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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수익률 추락…흑빛 와인에 선박 펀드는 침몰

중앙선데이 2013.03.24 01:38 315호 22면 지면보기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126억원을 날렸다. 2007년 6월 140억원을 투자했던 선박 펀드 ‘코리아퍼시픽 7호’가 사실상 상장폐지되면서다. 선박 펀드는 투자자 돈을 모아 배를 산 뒤 이를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 당시의 전망은 핑크빛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투자 당시 5년 장기용선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이면서 높은 임대료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데 이어 유럽 경제위기까지 길어지면서 이후 배 빌릴 사람을 찾지 못해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한때 눈길 끌던 '이색 실물펀드' 현주소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다음달 와인 펀드인 ‘한국사모보르도파인와인특별자산 1호’의 만기를 맞는다. 2008년 2월 출시된 이 펀드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1등급 이상 와인을 사들인 뒤 순차적으로 내다 팔아 배당금을 나눠주는 구조다. “프랑스 와인은 희소성 때문에 갈수록 가격이 오른다”며 출시 당시 목표 수익률을 연 13.1%로 잡았다. 하지만 19일 기준으로 누적 수익률은 -3.24%. 김지훈 한국운용 자원운용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와인 시장이 얼어붙어 와인 가격이 떨어졌다”며 “다행히 다양한 리스크 헤지 장치를 둬서 만기 때는 원금을 얼추 보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특별자산펀드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별자산펀드란 부동산을 제외한 실물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분배하는 펀드다. 펀드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중반에 “투자처를 다변화한다”며 이색 특별자산펀드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 펀드의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상당수가 낙제점을 받았다. 아예 펀드 자체가 명맥이 끊긴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명맥이 끊긴 펀드가 와인 펀드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와인 시장의 붐을 타고 다양한 와인 펀드가 들어섰다. 도이치자산운용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을 사들이기로 한 펀드 ‘도이치DWS와인그로스실물’ 펀드에는 2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었다. 유리자산운용은 당시 인기를 끈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이름을 붙여 발 빠르게 ‘유리글로벌와인신의물방울증권투자신탁’이란 주식형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도이치DWS와인펀드는 3년 남짓한 투자 기간 동안 4%대 수익률을 내고 청산됐다. ‘신의물방울펀드’ 역시 6개월 만에 -10%의 손실을 보자 투자자들이 급감했고,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한국운용의 와인 펀드가 다음달 상환되면 국내엔 와인 펀드가 하나도 남지 않는 셈이다.

미술품에 투자해 ‘고상한 펀드’로 불렸던 아트 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운용의 ‘한국사모명품아트특별자산펀드’는 1년 수익률이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3년 수익률도 7%대에 그친다.

가장 타격이 큰 건 선박 펀드다. 최근 코리아퍼시픽 05~07호 등 세 개의 선박 펀드가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될 위험에 처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2002년 선박투자회사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조성된 선박 펀드는 모두 13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가 용선 계약이 종료되면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100%를 넘는 선박 펀드가 적지 않았다”며 “최근 해운업 불황으로 배 빌릴 사람이 없어 더 많은 펀드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 펀드는 주식펀드보다 고비용
특별자산펀드의 체면을 살려준 게 그나마 명품 펀드다. 대부분 실물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명품 회사 주식을 사 모으는 방식으로 돈을 굴린다. 국내 7개 명품 펀드는 연초 이후에만 평균 5.8%의 수익을 올렸다. 5년 평균 수익률은 63.1%(5개 펀드 평균)에 달한다. 금과 원유에 투자한 펀드들도 들쑥날쑥하긴 해도 최근 3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 자산으로 관심이 쏠린 덕이다. 국내 17개 금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6.6%다. 한때 저조한 수익률로 '물먹은 물 펀드'란 조롱을 받았던 물 펀드도 최근 수익률이 살아나고 있다. 상하수도 관리, 수력 발전 등 물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국내 19개 물 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30.3%다.

일부 특별자산펀드의 추락은 2008년 지구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 불황 때문이다. 특히 와인ㆍ미술품같이 생필품이 아닌 자산에 투자한 펀드가 타격이 컸다. 김지훈 한국운용 팀장은 “주식 같은 경우엔 실물경기가 어려워도 전망이 밝으면 매수자가 나서기도 하는데 실물 펀드는 이런 투자자가 없어 실물경기와 함께 움직인다”며 “특히 시장이 어려우면 사려는 이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등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특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형 펀드는 한번 급락해도 언젠가는 회복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지만 특별자산펀드들은 이런 확신이 없어 투자자들이 외면해 버린 것 같다”며 펀드 태동기에 너무 큰 불황을 맞아 다시 일어날 힘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물 펀드가 일반 주식펀드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수익률을 낮추는 원인이다. 임종복 도이치자산운용 상무는 “우리 와인 펀드는 프랑스에서 와인을 매입한 뒤 안전을 위해 스위스의 창고에서 보관했다”며 “보관료ㆍ보험료 등 3년간 운용에 지출된 돈이 투자 금액의 10% 안팎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함정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선박 펀드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시켰지만 주식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팔려고 해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없다”며 “언제 펀드를 매입할지, 언제 상환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맹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계는 다양한 특별자산펀드가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김동의 차장은 “실물이나 대체투자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인다”며 “최근 출시된 유전 펀드는 절세효과 덕분에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특별자산펀드는 설계를 할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칠 연구위원은 “기존 특별자산펀드의 경우 대부분 한 가지 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경기가 꺾여버리면 투자처를 바꿀 방법이 없다”며 “위험을 줄이려면 투자 자산의 폭을 넓게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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