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핵 등 조정場 대처는…‘기업 펀더멘털을 보라’

중앙선데이 2013.03.24 01:46 315호 22면 지면보기
주가 조정이 시작되면 많은 투자자가 변동성에 밤잠을 설친다. 특히 대북 문제 같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 변화로 인한 급락이라면 속쓰림과 불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정한 투자자의 시각으로 조정을 바라보면 또 다른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올해 초부터 세계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혼자만 동떨어진(디커플링) 소외를 경험하던 한국 증시는 글로벌 관점의 동시 조정에 다시 연계되면서 투자자의 걱정이 커져만 간다. 원래 조정(Correction)의 의미는 단순히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추세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주가가 제 위치로 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경기회복이 전제된 상승 추세라면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요인일 뿐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연초에 시작된 한국 증시의 부진을 전제하고 이번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는 유럽발 키프로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구제금융 집행 과정이 자금세탁에 대한 징벌 성격을 띠면서 예금계좌에 대한 세금 징수가 조건으로 붙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사태를 경험하면서 금융기관 개인고객에 대해서도 부담을 지웠던 과거를 기억해 보면 금융기관의 부실을 예금자에게 일부 책임을 지우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만들어내는 우려는 유사한 상황에 있는 나머지 재정 부실국의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 탈출하는 ‘뱅크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뱅크런이 연쇄적인 자금경색으로 이어지면 안정을 찾아 가던 유럽 자금시장을 다시 한 번 뒤흔들 수도 있다. 지난해 내내 우려의 대상이던 스페인·이탈리아가 아닌 유럽연합(EU) 경제의 0.2%를 차지하는 키프로스발 구제금융이 글로벌 증시를 조정으로 몰아간다.

사실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 강세를 보여 일정 수준의 조정이 예견됐다. 국내 증시는 상당수의 투자자가 매수보다는 관망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거래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기다리던 조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조정에 투자자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 게 바람직할까.

기다리던 조정이라도 투자자는 아프다
먼저 연초 이후 한국 증시 흐름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하나씩 분석해 지금 진행되는 시장상황을 이해해 보자.
첫째, 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영향력이 큰 뱅가드 펀드가 한국 시장을 제외한 벤치마크를 변경하면서 수급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7월 첫째 주까지 지속된다. 일부 분석자가 이벤트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6개월 동안 9조원대 매도 물량이라면 과거 외국인 투자자가 본격적인 강세 상황에서 동일 기간 사들인 규모를 넘어선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일면 당연하다. 특히 벤치마크의 대상인 대형 우량주의 부진은 중·소형주 강세라는 반사적 결과다. 이런 수급 여건 악화에도 시장 하락이 제한돼 한국 증시의 저평가뿐 아니라 하방 경직성을 방증한다.
둘째, 연말 시작된 일본의 양적 완화가 엔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 특히 대표적으로 자동차업종의 약세를 유발해 지수 하락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자동차 주식의 회복에 베팅하는 투자를 위해 한국 자동차 주식의 비중을 축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늘까지 자라는 나무가 없듯이 글로벌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중 일본 자동차 주식의 상승 폭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긴 한국 자동차 주식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을 유발한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의 반전으로 영향력이 감소한 것도 호재다. 최근 6개월간 발생한 한·일 간 자동차 주식의 흐름은 역전을 기대해볼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나타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불안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이나 외환시장의 움직임으로는 특별히 악재로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 예측이 불가한 북측의 행동에 대한 경계와는 별도로 실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국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 결과가 걱정이겠지만 역설적으로 한반도에 거주하는 국내 투자자라면 투자 결과보다는 생존이 시급한 문제이니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애플의 주가 흐름에서 보듯이 신제품의 혁신성 부족이 성장 모멘텀 둔화로 나타날 때 성장주의 조정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4의 발표에 맞춰 상당 규모의 매도세가 이미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수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의 가격 조정은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라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스마트폰이라는 단일 품목의 부침이 갖는 영향이 적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이익은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단기 조정은 좋은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정리해 보면 최근 국내 증시의 부진과 조정 요인들은 제한된 기간과 영향력이라는 특징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오늘 당장 조정 구간을 지나는 대형우량주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더라도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조금 긴 안목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 단기 영향이 제한될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에 떨 필요는 없다.

불안감이 기회 흘려보내는 걸림돌
주식 투자는 경기와 기업 이익의 펀더멘털을 기본으로 하지만 투자자의 심리가 성과를 결정하는 일종의 심리게임이다. 기다리던 조정이 와서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해도 투자자의 불안감은 적절한 투자행동을 제한해 기회를 흘려보내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상승장의 초기에 불안감으로 주식을 멀리하다가 상승장이 오래 이어지면 그때야 다시 시장에 들어온다. 절묘하게도 상승장의 끝인 경우가 많다.
주가를 결정하는 펀더멘털은 현재 글로벌 수준에서 개선 과정에 있지만 주가 자체는 남아 있는 과거의 부채라는 정체된 상황에서 아직까지 저가 매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식 투자가 갖는 조정에 대한 공포가 원시시대부터 우리 뇌에 각인된 단기적인 집착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암울한 상황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