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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 마켓 공짜점심 끝…아프리카 맥주산업 주목할 때”

중앙선데이 2013.03.24 01:50 315호 24면 지면보기
“이머징 마켓에서 공짜점심(프리런치)을 먹던 시절은 끝났다. 새로운 승자를 선별적으로 가려 투자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대안이 아프리카다.”

피델리티 주식투자 부문 마크 리빙스턴 이사

이달 중순 한국의 투자가들을 만나러 방한했던 마크 리빙스턴(34·사진) 피델리티 이머징 마켓 주식투자 부문 이사는 침체한 유럽 주식시장의 대안으로 신흥국 투자를 적극 추천한다. 그는 “막대한 인구와 자원을 배경으로 고속성장해 세계 주식시장의 스타였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는 이미 2008년 막을 내렸다”고 진단한다. 대신 브릭스에 투자했다가 기대치보다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한국 투자자들에게 이름만 들어도 낯선 아프리카 주식 투자를 권유한다.

리빙스턴은 “앞으로 이머징 마켓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야 한다”며 “아프리카에서 흥미진진한 성장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위트워터스랜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투자회사를 거쳐 2003년 남아공 4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다가 2010년 피델리티로 옮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직까지 아프리카는 인프라가 부족한데.
“아프리카는 이머징 마켓 중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가장 저평가됐다. 중국·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은 너무 잘 알려져 투자자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에서 기업의 매출은 증가하지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인 이익률은 그다지 좋지 않다. 대신 아프리카는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가격을 시장이 아닌 기업이 결정한다. 소비자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투자자에겐 좋은 시장이다. 앞으로 아프리카의 경제와 인구 성장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가 급증할 것이고 기업 이익은 더불어 증가한다.”

-대표적인 나라를 추천한다면.
“우선 나이지리아다. 2000년 40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GDP)이 지난해 1600달러까지 증가했다. 인구도 1억1000만 명에서 1억6500만 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매년 6%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다. 인구의 40%가 14세 이하라 한국·일본처럼 노령화 걱정도 없다. 소득·인구가 함께 증가해 식품·주류 같은 생활 필수 소비재 판매가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주식시장 네 곳 중 세 곳이 아프리카로, 나이지리아·케냐·이집트였다.”

-관심을 둘 또 다른 국가가 있다면.
“아프리카 주식시장에 투자하기가 불안하다면 남아공 기업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영국 식민지 이후 선진 자본주의가 유입돼 남아공 기업들 중에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우수한 기업이 많다. 특히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남아공 주류회사인 SAB밀러는 탄자니아 맥주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탄자니아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불안하다면 이 기업에 우회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아프리카 시장은 아직 너무 작아 유동성이 부족하다. 2009년 환매가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아프리카 자체에서 외환시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유동성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남아공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적 불안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데.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적 우려는 상당히 과장돼 있다. 최근 케냐의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지만 이것과 무관하게 주식시장은 성장세다. 이런 단기적 리스크 요인보다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한다. 남아공은 고질적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소득이 상승하면 어느 시점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모두 존재한다. 남아공 국가 신용도와 맞물려 있는 채권 투자보다는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쇼프라이트(ShopRite)라는 식품유통업체는 아프리카 전역에 거대한 수퍼마켓 체인을 갖고 있다. 스낵회사인 AVI는 이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여기의 유통망을 활용한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5~10년 간 멕시코가 가장 유망
-한국 투자자들은 4~5년 전 이머징 마켓에서 손해를 본 기억이 있는데.
“브릭스는 당시 높은 경제성장률로 유명한 나라를 묶어 만들어 낸 약어다. 마치 브릭스 국가에 한꺼번에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운용됐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반드시 주주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머징 마켓에서 ‘공짜점심’을 먹던 2003~2008년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 선별투자를 해야 한다. 예전처럼 브라질·남아공 등이 동조해 상승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성장구조 변화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 위주로 성장해 이와 관련된 투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의 GDP 대비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한때 48%까지 올라갔다. 50%에 근접한 수치는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에서 철광석·구리 수요가 예전만 못할 것을 암시한다.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했던 브릭스 국가들이 더 이상 이런 성장세를 맛볼 수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인프라 성장보단 내수와 소비의 성장잠재력이 더 크다. 중국에서는 자동차·명품 가방 같은 소비재가 좋다면 아프리카에선 필수재 소비를 더 크게 봐야 한다. 소비가 성장의 핵심이다. 원자재를 통한 ‘수퍼성장’은 끝났다.”

-아프리카 외에 유망한 이머징 마켓은.
“앞으로 5~10년 사이 가장 유망한 시장은 멕시코다. 멕시코는 한때 중국에 빼앗겼던 제조업 부문을 다시 가져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제조업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부품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제조업의 성장은 멕시코의 유통과 금융 분야로 파급효과가 두드러진다. 최근 새 대통령이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공약한 것도 유심히 봐야 한다.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도 관심 대상이다. 중국에 비해 후발 국가지만 인프라 투자는 물론이고 수출·내수주 모두 기대해 볼 만하다. 최근 중국에서 실질임금이 상승하면서 저가 노동력에 기대던 섬유산업이 아세안 지역으로 옮겨 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맥주 펀드가 대박이라던데.
“맥주(Beer) 펀드라고도 불린 피델리티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 펀드는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을 묶었다. 최근 3개월 6.63%, 1년 20.89%, 3년 33.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업계의 다른 이머징 마켓 펀드와는 달리 포트폴리오의 60%를 아프리카로 구성했다. 그중 10%를 아프리카 맥주회사에 투자했다. 아프리카 인구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8L로 세계 평균 35L에 한참 못 미친다. 가처분소득이 없어 소비를 못할 뿐이지 아프리카인들은 맥주를 사랑한다. SAB밀러·디아지오(기네스 나이지리아 공장 소유)·하이네켄에 투자를 권한다. 그 다음으로 모바일 시장이 유망하다. 나이지리아 1위 모바일업체 MTN과 세계 최대 모바일머니 기업인 M-PESA(보다콤의 자회사인 사파리콤이 운영)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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