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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식? 인간이 '오래 살기 게임' 하는 동물인가”

중앙선데이 2013.03.24 02:03 315호 26면 지면보기
오사카 쓰지조 본교의 ‘에꼴츠지’에서 학생들이 제과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쓰지조]
쓰지 요시키 교장
요시키 교장은 “요리사의 가장 큰 자질은 열정과 근성, 명석한 머리”라며 “요즘 부자가 되려고 창업을 하는 셰프가 왕왕 있는데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에 대해선 “한식을 수출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지, 한국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것인지 정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의 손맛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한식 레시피(조리법)를 만들어 표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3대 요리학교, 일본 ‘쓰지조’ 쓰지 요시키 교장

쓰지조가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은 2007년이다. 세계적인 식당 추천도서로 유명한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는 그해 11월 영어ㆍ일본어 도쿄판을 발행하면서 식당 150곳을 선정했다. 이전까지 단일 도시 중 가장 많은 식당이 뽑힌 게 프랑스 파리(64곳)였다. 전 세계 음식 매니어들은 깜짝 놀랐다.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식당 가운데 쓰지조 출신 요리사들이 주방장을 맡은 경우가 상당수였다.

쓰지 요시키 교장은 “일본 음식을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고 여기에 일본 문화를 접목해 일식을 세계화한 게 보람”이라며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결합체”라고 말했다. 쓰지조는 오사카 본교와 도쿄, 프랑스 리옹(2개)에 7개 학교, 15개 학과를 두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일본식의 체계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주로 프랑스ㆍ일본ㆍ중국ㆍ이탈리아 요리를 가르친다. 학생은 현재 3500명, 졸업생은 13만 명에 달한다. 그중 한국인은 200여 명이다. 교사는 해당 요리 국가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기능대학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1~3년 과정을 거친다. 다음은 일문일답.

‘잘 버무려라’보다 몇 번, 어떻게 못박아야
-쓰지조는 체계화된 교육으로 유명한데.
“우선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미각의 기준에 대한 풍토가 있다고 본다. 쓰지조는 음식 맛을 봤을 때 이상할 경우 잘못된 점을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교육한다. 맛에 대한 기준과 표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이든 작은 주점이든 간에 어떤 음식점에서 일해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요리사의 자질을 키워야 한다. ‘더 맛있게 조리할 방법은 없을까’를 늘 고민하는 사람이다. 단순한 노하우나 기술, 많은 레시피를 배우는 게 아니다. 요리를 해석할 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도 적응해야 한다. 아울러 요리 장인(匠人)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다.”

오사카 쓰지조리연구소는 10여 명의 연구원이 매년 10여 권의 전문 서적을 출판한다. 현재 7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사진 쓰지조]
-한국은 손맛에 따라 김치 맛이 다르다. 이런 감각적인 부분은 계량화가 어려운데.
“좋은 질문이다. 일본 요리도 비슷하다. 계량화해도 똑같은 맛을 내긴 어렵다. 몇 그램(g) 이런 식의 데이터화를 해도 식재료의 차이나 먹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요리를 계승하는 것은 힘들다. 한국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숨기는 문화가 강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레시피 형태로 체계화해야 한다. 김치건 나물이건 ‘잘 버무려라’는 식이 아니라 몇 번, 어떻게 한다는 방식이다. 미각의 계승은 만든 사람보다 먹는 사람의 평가라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발전한다. ‘프로 요리 비평가’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미슐랭 가이드는 비평이 아니라 맛집 소개다.”

-한국은 ‘빨리빨리’라는 효율성이 최우선이다. 스시를 배우면서 칼 가는 법은 대충하고 회부터 뜨자고 덤빈다는데.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본과 같은 교육방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 맞는 방법이 중요하다. 일본은 칼 다루는 법을 기본으로 시킨다. 날을 가는 것부터 회를 뜰 때 칼날의 각도 같은 것 등 1, 2, 3의 순차적인 방법으로 진행한다. 한국은 1, 5, 6, 7 이런 단계의 유연한 방식이 적합한 듯하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조언은.
“한국은 식문화가 생활의 일부라 미식이 자연스럽다. ‘먹는 것’ 그 이상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고민을 해야 한다. 프랑스 요리가 세계화하면서 식문화 개혁이 일어난 게 불과 50년이다.”

-요리 장인은 어떤 사람인가. 스시를 만들려고 밥을 손으로 쥘 때 밥알이 100개로 일정하면 장인인가.
“배움은 끝이 없는 논스톱 과정이다. 항상 더 나아지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장인이다. 스시 밥알이 100개라는 결과물로 평가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100알이 넘거나 부족해도 항상 일정한 맛을 내야 장인이다.”

-일본 의사가 쓴 하루 한 끼(저녁)만 먹는 건강책이 인기인데.
“그건 의사의 견해일 뿐이다. 쓰지조는 생리학적으로 음식을 통한 행복을 선사하고자 한다. 인간은 오래 살기 게임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건강을 위해 맛없는 것을 먹으며 10년 사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2시간의 행복을 느끼는 걸 선택하겠다. 요리를 통해 무엇인가 배운다고 느끼는 것도 행복의 일부다. 아무런 감정 없이 하루를 사는 것보다 요리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미식(美食)의 의미를 생각한다.”

-한국에서 요즘 ‘셰프’가 인기다. 요리 유학도 붐인데.
“요리사 인식에 대한 과도기다. 셰프가 돈을 잘 번다는 환상을 갖고 유학을 다녀와 오너셰프를 꿈꾸는 경향이 있다. ‘돈 때문에 요리사가 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우선 꿈꾸는 ‘롤모델’을 세워라.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셰프는 극소수다. 그들이 모델이 아니다. 돈 버는 수단으로 트렌드에 휩쓸리는 요리사는 실패한다. 언제나 배움의 자세로 연구하는 겸허한 사람이 최상의 셰프가 될 것이다.”

-쓰지조는 가난해도 요리 열정이 있다면 진학이 가능한가. 1년 교육비는 214만 엔(약 2400만원)이라는데.
“매년 100여 명이 장학금을 받는다. 열정이 있다면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입학할 수 있다. 교육비는 비싼 편이지만 확실한 시스템 아래 책임감을 갖고 인재를 키워 낸다고 자부한다. 교육방식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상호 간 균형이 중심이다. 선생님은 학생이 어떤 롤모델을 세우고 어떤 분야, 어떤 직장을 갈지를 도와준다. 학생의 60% 이상이 구체적인 요리 장르를 정하지 못한 채 시작한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면서 결정하게 된다.”

'말하지 말고 음식 집중하라' 가정교육
-첫 직장은 금융회사였던데 가업을 승계한 이유는.
“열 살에 영국 유학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28세)에 돌아왔다. 쓰지조가 망하게 둘 수 없었다. 다행히 미술사 전공과 금융업 6년 경험에서 경영을 배웠다. 어릴 때 아버지는 ‘너의 한계를 알아라’고 가르쳤다.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미식의 이해를 넓혔고 이를 상업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배웠다. 어른이 돼서는 ‘상대방에게 은혜를 준 것은 잊어버리고 은혜는 평생이 걸려도 꼭 갚아라’고 했다. 선친은 요리에 대해선 ‘모든 요리에는 만드는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다’고 했다.”
선친은 요미우리신문 사회부 기자였던 쓰지 시즈오(辻靜雄)다. 그가 80년 영어로 쓴 『일본 요리(Japanese Cooking-a Simple Art)』는 서구인들의 일본 요리 입문서로 통한다. 30대 초반 처가의 요리학교를 물려받아 쓰지조를 설립했다. 그는 아들에게 유학을 통해 세계적인 안목에서 일본 요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아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나.
“맛난 음식을 먹을 때 ‘말을 하지 말고 음식에 집중하라’는 게 유일한 가정교육이다. 정 자세로 앉아서 음식에 집중해야 미각이 최대한 살아난다. 말을 하면 미각의 일부를 잃어버린다. 마찬가지로 식사를 할 때 음악을 들어도 미각이 달라진다.”



쓰지 요시키 1964년 일본 오사카 출생. 열 살 때 영국 유학을 가 중ㆍ고교를 다녔고 미국 롱아일랜드대에서 르네상스 미술사를 전공했다. 이후 미 증권사와 일본 다이와은행 연구소에 근무했다. 93년 쓰지조 이사장과 2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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