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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제시하는 상황별 인생 솔루션

중앙선데이 2013.03.24 02:29 315호 32면 지면보기
동양과 서양이 다른 것 같아도 동양 속에 서양이 있고 서양 속에 동양이 있다.
뮤지컬 ‘체스’에 나오는 ‘I know him so well(나는 그를 아주 잘 알아요)’은 ‘불교적’인 노래다. 가사 속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③ 불교 경전 『담마파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영원할 정도로 좋지는 않다/ 완벽한 상황도 언젠가 잘못되기 마련이다 …/ 네 삶 속 그 누구도 늘 너와 함께 할 수는 없다/ 누구도 고스란히 네 편을 들지는 않는다 ….”

부귀영화를 비롯해 아무리 좋은 것도 영원하지 않다. 아무리 지키려 해도 만물은 변하고 사라진다. 고통의 본질은 변화다. 삶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인류·인간의 조건이다. 개인 차원의 물리적·정신적 고통도 있다. 산고의 고통, 남녀 차별의 고통, 직장 생활이라는 ‘넥타이의 고통’이 있다. 신용불량의 고통, 승진 누락의 고통, 짝사랑의 고통, 대학입시의 고통, 장관 후보 낙마의 고통도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소장한 스투코 불상.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4~5세기 작품.
서구인도 주목하는 인도 종교 3대 경전
부처(기원전 563~483)를 따르는 사람들은 부처가 괴로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고 믿는다. 『담마파다』(법구경)는 부처가 제시하는 솔루션의 핵심을 담았다. 기원전 3세기 문헌인 『담마파다』는 남방·북방 불교 모두가 중시하는 경전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수행자들이 『담마파다』 전체를 암송하는 전통이 있다.
서구 세계에서는 1840년 최초로 영어로 번역된 이후 영역본만 80종이 넘는다. 서구인들에게 『담마파다』는 불교를 대표하는 불경이다. 많은 서구인을 불교로 귀의하게 만든 책이다. 영성 분야에서 서구인들이 인도 종교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 딱 세 권을 읽는다면, 그들은 『숫타니파타』 『바가바드 기타』와 더불어 『담마파다』를 읽는다.

‘담마’는 산스크리트어의 ‘다르마’다. 법, 정의, 올바름, 규율, 진리를 의미한다. ‘파다’는 시구(詩句), 길, 단계, 발자국, 기초다. 한자어로는 법구경(法句經)이다. 영어로는 ‘진리의 길(the path of truth)’로 흔히 번역된다.
원전이 팔리어인 『담마파다』는 23장(章)에 나뉘어 수록된 423편의 짧은 시구(詩句)로 돼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아포리즘이다. 내용의 반은 다른 불경에서 추출한 것이다. 부처의 말씀 중에 가장 유명한 것들을 모았다. 불교가 아닌 다른 인도 종교 전통에서 나온 말씀도 함께 담겨 있다.

『담마파다』의 국문판(왼쪽·라드하크리슈난 영역, 정무 스님 국역), 영문 펭귄 클래식판(2010) 표지.
부처가 활동한 당시 인도의 종교 지도자들은 설법을 행한 후 설법을 요약하며 기억에 쉽게 남는 시적인 결론을 내렸다. 『담마파다』는 부처가 행한 설법의 마무리를 모은 것이다. 『담마파다』에 나오는 시구들은 어떤 상황의 산물이다. 콘텍스트가 있다. 해석·해결이 필요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부처는 제자들을 위해 결론을 내려준 것이다. 대략 300회 정도의 상황이 『담마파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예수의 말도 많은 경우 어떤 상황의 산물이다.)

결론만 추출했기에 『담마파다』는 성격이 급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다. 불경 중에서도 가장 간결하다. 초기 경전인 만큼 부처의 실제 생각이나 발언에 가장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담마파다』는 초보자용, 일반인용이다. 전문 용어가 없다. 논리·순서·체계로부터 자유롭다. 아무 페이지나 먼저 펼쳐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시구는 먼저 읽는 게 좋다. 1, 2 시구는 이런 내용이다. “악하고 선한 모든 상태는 그 근본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악한 마음에서 악한 말과 행동이, 선한 마음에서 선한 말과 행동이 나온다.”

그 자체가 요약집인 『담마파다』의 다시 요약한 결론·핵심은 무엇일까. 다음 시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악을 피하고, 모든 선을 행하며,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하는 게 부처의 가르침이다.”(시구 216) 남방 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어쩌면 진짜 진리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담마파다』에서 부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스스로를 해치는 악행은 하기 쉽고 이익이 되는 선행은 하기 어렵다.”(시구 163)

선행이 힘든 원인 중 하나는 보복이 필요하다는 생각, 보복은 당연하다는 믿음이다. 고래로 ‘눈에는 눈’을 강조하는 ‘탈리오의 원칙’은 보복을 정당화한다. 더 나아가 상황은 100배, 1000배, 만 배로 보복하라고 사람들을 부추긴다. 이에 대해 『담마파다』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나를 함부로 대했고, 나를 때리고, 나를 억눌렀으며, 내 것을 빼앗아갔다. 이런 생각을 마음에 새기면 미움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요 새기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다”(시구 3~4) 불법은 세상의 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담마파다』는 다시 말한다. “원한은 앙갚음이 아니라 원한을 품지 않음으로써 진정된다. 이것이 영원한 법(法)이다.”(시구 5)

'누구나 힘들다'는 깨달음이 위안
『담마파다』는 종교를 떠나 인생 지침서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해탈·열반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담마파다』에서 행복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만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다’ ‘누구나 다 힘들다’는 깨달음은 위안을 줄 수 있다. 물리적 고통이 어느 정도 해소되더라도 남는 것은 비난이라는 정신적 고통이다. 인터넷 기반의 초고속, 총체적 ‘악플’ ‘신상털기’가 가능한 세상이다. 이에 대해 『담마파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남들이 말이 없건, 말이 많건, 말이 적당하건 비난하고 본다. 세상에 욕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시구 227)

『담마파다』는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궁금한 비종교인이나 크리스천들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리스도교인들이 『담마파다』를 읽는 요령이 있다. 담마·다르마가 나올 때마다 ‘신의 뜻(神意·the will of God)’으로 바꾸는 독법이다. 특히 『담마파다』와 가톨릭 신비주의 사상가들을 비교하는 연구들이 수행돼 왔다.

부처의 마지막 말씀은 이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니, 배운 가르침을 열심히 실천하라.” 변화가 이기느냐 실천이 이기느냐… 이 승패에 행복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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