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n Sunday] 멈춰선 안 되는 해외자원 개발

중앙선데이 2013.03.24 02:41 315호 35면 지면보기
3년 만에 만난 그는 지쳐 보였다. 2000년대 후반 해외 오일샌드 개발업체 대표로 유명세를 치렀던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반짝이던 눈빛과 활력은 찾기 힘들었다. 모래·흙 속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오일샌드 사업이 유망하며 미국에 있는 자신의 개발업체가 수백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자를 찾고 있었다. 빚 때문에 회사가 경매 위기지만 누군가 인수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했다. 정보기술(IT) 사업을 하다 오일샌드에 뛰어든 걸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원 개발은 덩치가 워낙 크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겁 없이 덤비는 게 아니었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개발은 정책의 화두였다. 대통령의 형은 자원외교를 앞세우며 세계 곳곳을 누볐다. 실세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자원을 강조했다.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같은 공기업뿐 아니라 에너지업체·종합상사도 경쟁적으로 자원 개발을 강조했다.

 지금 ‘해외자원 개발’은 비리의 온상으로 취급받는 분위기다. 숱한 의혹을 받으면서도 버텨 온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마지막으로 가해진 치명타는 해외자원 개발업체 KMDC 주식 취득이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했고, 그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이다.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 자원대사는 CNK 주가조작 의혹사건으로 기소됐다.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이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개발권을 따낸 것에 불과한데도 과대포장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다. 이전 정부에서 자원 개발과 관련, 70여 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지만 본계약으로 이어진 건 1~2건에 불과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정책을 질타했다. 실질적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요란하게 돈만 썼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경쟁적 해외자원 개발이 정권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정치인이 자원 개발 외교를 주도한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해외자원 개발의 동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자원 빈국인 우리에게 해외 개발은 멈출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자원 수입물량 가운데 자국이 개발·투자에 참여해 확보한 비율을 나타내는 자주개발률이란 지표가 있다. 보통 20%를 넘어야 안정적이란 평가다. 해외자원개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우리의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은 13.7%다. 철광석은 15.2%, 희토류·리튬 같은 전략광물은 12%다.

 자원 개발의 길은 멀고 힘들다. 전 정부의 자원 개발정책이 여러 문제를 낳긴 했지만 큰 틀의 방향은 맞다. 문제점 지적에만 그쳐선 안 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고칠 것은 고쳐 가면서 해외자원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