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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에게 고백하러 광화문으로 갈~래

중앙일보 2013.03.22 04:10 Week& 8면 지면보기
1 전경환ㆍ조혜순씨가 프러포즈 직후 조명을 받으며 재즈밴드가 불러주는 축하 세레나데를 듣고 있다. 2 무대 위에서 예비신부 조혜순씨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전경환씨. 전씨가 프러포즈를 위해 들인 돈은 2000원이다.뒤 스크린에 전씨 커플의 모습이 나온다.
개관 1000일을 맞은 광화문 KT 올레스퀘어가 프러포즈 명소로 뜨고 있다. 8일 오후 8시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공연장). 한창 공연을 하던 재즈밴드의 음악소리가 멈추자 전경환(31)씨가 편지를 들고 무대 아래로 등장했다. 무대 뒤 스크린엔 그가 여자친구 조혜순(28·여)씨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배경으로 깔렸다.


KT 올레스퀘어,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

“너를 만나면서 참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다.”



편지를 다 읽은 전씨는 노래를 불렀다. 어색한 나머지 노래하다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 땐 객석에 앉아 있던 200여 명의 관객들이 함께 합창을 해주기도 했다.



대전 한남대 회계학과 선후배 사이로 만나 8년째 이어온 인연이었다. 대학 졸업 후 전씨는 화장품 회사에, 예비신부 조씨는 시멘트 회사에 입사했다. 해외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등 중간에 한두 차례 헤어질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이 커플은 이달 말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전씨가 이번 행사를 위해 들인 돈은 자신과 여자친구 조씨의 입장료 2000원이 전부. ‘이벤트’를 통해 사랑을 쌓아가는 게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호텔이나 프러포즈 전문 카페를 찾는다. 와인·장미꽃 등을 갖춘 뒤 장소를 빌리는 데 적게는 3만~4만원, 많게는 20만~30만원씩이나 한다. 이에 비하면 전씨가 들인 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무대의 ‘배우’가 돼 프러포즈를 하는 커플은 더 의미 있는 일도 함께 한다. KT가 전씨 커플을 비롯, 이날 행사를 찾은 200여 명으로부터 받은 입장료 20여만원을 전액 청각장애아동을 위해 쓰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이렇게 모은 돈 3000만원으로 청각장애인 30여 명에게 보청기를 지원했다.



KT가 매주 금요일 저녁 개최하는 문화공연 ‘러브 앤 더 시티(Love & the City)’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광화문 본사 1층 올레스퀘어에서 열리는 1시간30분의 공연 가운데 15분 정도를 할애하는 깜짝 프러포즈 이벤트 호응도가 특히 높다. 프러포즈 이벤트에 당첨된 커플에겐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꽃다발, CD, 사진액자를 증정한다. 이메일(amynoogoo@yskmedia.com)로 커플 사진과 사연, 원하는 공연일자(금요일만 가능)와 이름, 연락처를 적어 응모하면 사연을 보고 선정한다. 경쟁률은 4대 1 정도. 행사가 알려지면서 ‘솔로인데 공연장 가도 되느냐’는 등 재미있는 문의도 들어온다고 한다.



프러포즈 행사가 있는 금요일이 아니더라도 목요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5시면 공연이 열린다. 재즈, 아카펠라, 뉴에이지, 어쿠스틱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2010년 문을 연 뒤 1500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20만 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 평일엔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이 가까워 데이트 코스 삼아 들르는 연인들이 주로 찾지만,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람객이 더 많다.



공연을 하는 줄 모르고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객석이 꽉꽉 들어차는 건 아니다. 그래도 예약을 하고 싶다면 올레스퀘어 홈페이지(ollehsquare.kt.com)를 방문하면 된다. 공연 스케줄 확인도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공연 입장료는 1000원. 드림홀 앞 로비에 마련된 카페라운지 등에선 간단한 음료와 함께 스마트폰과 태플릿PC 등 최신 IT기기도 체험 가능하다.



한영익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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