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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일군 초록낙원, 이젠 홀로 걸어요

중앙일보 2013.03.22 04:10 Week& 1면 지면보기
이달 초순, 870종이 넘는다는 외도의 나무에는 진즉부터 봄이 내려와 있었다. 최호숙 대표가 외도의 아름다운 정원을 홀로 걷고 있다. 10년 전에는 남편과 손 맞잡고 걷던 길이다.

커버스토리 - 10년 만에 다시 간 외도 보타니아



여기 섬 하나가 있습니다. 경남 거제도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전기도 없고, 식수도 없는 말 그대로 낙도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섬에 들어갑니다. 구조라항 바깥 바다에 있다 하여 외도라 불리는 섬. 국내 최대 해상 식물정원 외도 보타니아 이야기입니다.



2배에서 바라본 외도. 지중해의 어느 해안마을이 떠오르는 이국적인 모습이다.
1995년 섬이 개방된 뒤로 외도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교사 출신 부부가 남해안 외딴 섬을 사들여 3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식물낙원으로 일군 이야기에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지었습니다. week&도 10년 전에 외도에 들어갔었더군요.



세월이 흘러도 섬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세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아내 손 억지로 붙들고 섬으로 들어와 온갖 고생 다 시킨 남편은 10년 전에 먼저 떠났습니다. 남편만 믿고 들어왔다가 지금은 홀로 섬에 남은 아내는 팔순이 다 된 나이 탓에 섬보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이달 초순 외도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지난 1일이 남편 고(故) 이창호(1934∼2003) 선생의 10주기여서 아내 최호숙(77) 대표는 외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최 대표는 10년 만에 찾아온 week& 앞에서 섬에서 산 45년 인생을 조곤조곤 털어놓았습니다. 막 피어난 천리향 향이 은은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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