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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롯데 vs “쫌” NC … 만나자마자 으르렁

중앙일보 2013.03.22 00:45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경문 NC 감독(왼쪽)이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에 앞서 김시진 롯데 감독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자 확 달라졌다. 지역 라이벌이 된 두 팀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했다. 접전 끝에 NC가 6-3으로 이겼다. [창원=임현동 기자]


이호준(左), 송승준(右)
프로 원년 멤버인 롯데, 막내 구단인 NC가 만났다. 거인(롯데 자이언츠)과 공룡(NC 다이노스)의 대결. 전국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롯데를 응원했던 ‘마산 아재(아저씨의 방언)’가 NC 유니폼을 입고 롯데를 야유했다. 2013 프로야구 최고의 라이벌 매치가 시작됐다.

부산·창원 라이벌 첫 대결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 21일 마산구장. 김경문(55) NC 감독은 많은 취재진을 보고 “라이벌전이라고 많이들 찾아오신 것 같다”며 웃었다.



통합창원시(창원·마산·진해)를 연고로 하는 NC가 올 시즌 1군에 진입하면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부산을 지킨 롯데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역사와 전력으로 보면 롯데가 한참 앞서지만 부산에 인접한 NC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NC는 우리 라이벌이 될 수 없다. 신경 쓰지 않겠다”며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 시범경기지만 롯데와 NC의 첫 1군 맞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예상을 깨고 NC가 롯데를 6-3으로 이겼다.



 경기 전에는 평화로웠다. 김경문 감독은 김시진(55) 롯데 감독이 도착하자 달려가 악수를 나눴다. 김경문 감독이 “잘 부탁합니다”고 하자 김시진 감독은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며 포옹했다. 양 팀 코치들은 “살살 해달라”며 ‘청탁’도 했다. 평화는 여기까지였다.



 플레이볼. 두 팀은 시범경기가 아닌 실전 같은 접전을 펼쳤다. NC가 1회 말 1사 1, 3루에서 이호준(37)의 내야 땅볼로 선취점을 얻었다. 4회 초 롯데 박종윤(31)이 NC 선발 찰리 쉬렉(28)으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롯데는 5회 강민호(28)의 희생플라이로 3-1로 달아났다.



 롯데 선발 송승준(33)의 구위에 눌리던 NC는 7회 말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사율(32)을 두들겼다. 무사 만루에서 김종호(29)의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따라붙더니 신인 박민우(20)가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때려냈다. 5-3 역전에 성공한 NC는 이호준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보탰다.



 응원전은 더 뜨거웠다. 80~90년대 열성적인 응원을 주도했던 이곳 중년 남성들은 ‘마산 아재’로 불렸다. 최근 프로야구의 젊은 팬들이 늘었지만 이곳에선 여전히 아저씨 팬들이 극성이었다. “해봐라. 안 된다!” 과거 롯데 팬이었던 이들은 이제 NC팬이 되어 롯데를 야유했다. NC가 역전승을 거두자 ‘마산 아재’들의 함성은 높아만 갔다.



 롯데가 2010년까지 마산구장을 제2구장으로 썼기 때문에 여전히 롯데 팬도 많다. NC 투수가 롯데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면 마산구장의 롯데 팬들은 “마!(‘야, 임마’ 또는 ‘하지마’라는 뜻)”를 외쳤다. 반대로 롯데 투수가 견제를 하면 NC 팬들이 “쫌!(좀 그만해)”이라고 소리쳤다. 관중석은 반으로 쫙 갈라졌다.



 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NC는 롯데와 이미 많은 갈등구조를 갖고 있다. 연고지가 인접한 게 가장 큰 이유이고, 롯데가 NC의 창단을 맨 앞에서 반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롯데 입장에서는 지역 팬들과 경남 소재 아마추어 선수들의 연고권을 빼앗기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장 8월 열릴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팀은 경남권 연고 지명권을 놓고 장외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NC와 롯데는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날 마산구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2320명의 팬이 찾았다. 전날 KIA전(927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김경문 감독은 “롯데와의 첫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날이 추운데도 많은 팬이 찾아오셨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뿌듯한 표정이었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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