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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너무 광범위한 배임·횡령죄 규정 고쳐야

중앙일보 2013.03.22 00:45 경제 10면 지면보기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이달 초 한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연구소는 전 검찰총장이 한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법조인들이 겪은 자괴감은 클 것으로 생각된다. 법조인이 이 정도니 영리 추구를 주된 일로 생각하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대기업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사내 변호사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자가 일반인보다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법을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을 지켜도 발생할 수 있는 고의가 아닌 사고나, 본인도 모르는 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연히 기업인들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전직 고위 검찰인사를 가까이 두고 이들과 상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결국 법조인과 기업인들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범죄 성립요건이 애매하거나 처벌이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들을 손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인들에게 널리 적용되는 배임죄나 횡령죄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배임죄의 경우에는 그 성립요건이 불명확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횡령죄는 성립 요건이 배임죄보다는 명확하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도록 5년 이상에서 무기까지 징역형을 선고한다. 게다가 둘 다 형사범인 만큼 고의라는 증거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범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 고의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법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유전무죄가 아니라 오히려 유전유죄를 당연시하는 포퓰리즘적인 국민의 법 감정까지 가세하면 그 부작용은 당연히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행 형사법의 애매한 규정 때문에 법관의 재량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객관적 공정성은 깨지게 되고, 모든 국민이 법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법조인이나 기업인이 신뢰받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창의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현행 배임죄나 횡령죄의 성립요건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특경법상 배임의 무죄 선고율이 형사일반 무죄 선고율보다 13배나 높다. 또 얼마 전 법정 구속된 대기업 총수들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기업인이 구속될 때마다 일부에서는 ‘국가경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해 사정없는 돌팔매질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벌과 제재만이 법치주의 국가의 모습인 것은 아니다. 횡령죄의 양형을 재조정하고,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구체화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려는 사법부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전 삼 현 숭실대 법대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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