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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통’ 박한철, 국회 통과 땐 첫 검사 출신 헌재소장

중앙일보 2013.03.22 00:38 종합 6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박한철 헌법재판관이 21일 오후 ‘1970년대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한철 재판관은 부산 출신으로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검 공안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냈다. [뉴시스]


박한철(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헌재소장으로 취임하면 두 가지 기록을 세우게 된다.

헌재 결정 때 보수적 의견 많이 내
청와대 “재판관 경험 풍부해 발탁”
민주당 “공안 헌재 우려스럽다”



 우선 사상 첫 검사 출신 헌재소장이 된다. 부장판사를 거쳐 변호사 시절 취임한 초대 조규광 전 헌재소장을 제외하면 김용준(2대), 윤영철(3대), 이강국(4대) 전 헌재소장 모두 대법관 출신이었다.



 둘째로 첫 헌법재판관 출신 헌재소장이 된다. 2006년 전효숙 당시 재판관, 올해 이동흡 전 재판관 등이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해 헌재소장에 오르지는 못했다.



 박 후보자는 대검 공안부장을 지내 흔히 ‘공안통’으로 분류되지만 기획·특수 분야를 두루 거쳤다. 그는 법무부 검찰국 검사, 대검 기획과장,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거쳤고, 특수수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지냈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59건의 범죄혐의를 밝혀내 10건을 기소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당시 대검 공안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 경력 때문에 2011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때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재직 중에는 보수적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에워싼 조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 결정을 놓고 “박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공안 헌재’를 우려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박 후보자가 대부분 법조계 선배인 다른 재판관들을 아우르며 소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박 후보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은 사람은 강일원·안창호(14기), 이정미(16기) 재판관뿐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헌재소장은 전원재판부 회의를 주재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뿐 다른 재판관들과 동등한 위치다. 별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2명 모두 대통령 몫 추천권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현직 재판관 중 재직기간이 가장 길어 대행이나 승계서열의 첫 번째가 된다”며 “검사 출신이지만 2년 동안 이미 헌재 판결의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대통령 추천 몫의 재판관 수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박 내정자를 지명한 건 박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사를 추가로 임명하기 위한 계산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헌재 내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헌재 재판관 9명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임명된다. 22일 퇴임하는 송두환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의 재판관 중 대통령 추천은 박 후보자가 유일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헌재 재판관 중 박 내정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명했다면 빈 재판관 자리는 대법원장이나 국회 추천 인사로 채워야 한다. 대통령이 새로 임명할 수 있는 재판관 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박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면서 공석이 된 대통령 몫의 재판관으로 조용호 서울고등법원장과 서기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2명을 지명했다.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재판관 임기 2년을 남기고 사표를 냈었다. 헌재소장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기 위한 청와대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은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중에 임명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전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다.



 박 후보자는 잔여 임기 문제에 대해 “헌재소장의 임기는 규정돼 있지 않아 법리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재판관 임기(6년)가 끝나는 2017년 1월 말까지로 본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억2700여만원의 재산을 공개했다. 대부분 예금재산으로 부동산은 없다. 2009년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유일한 소유 부동산이던 서울 서초동 아파트(139.5㎡)를 불교재단인 법보선원에 기부했다. 2010년 검찰을 떠난 뒤 김앤장에서 4개월 동안 2억원 넘는 보수를 받은 정도가 청문회에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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