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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굴리면 안 돼! ‘동해물과 … ’수없이 반복했죠

중앙일보 2013.03.22 00:35 종합 30면 지면보기
17일 캐나다 런던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아마빌레 콰이어스 청년부. 지난해 9월 홍보용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15일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뒤 애국가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앞줄 오른쪽은 합창단 설립자 겸 지휘자 브렌다 자도스키. [아마빌레 콰이어스 제공]


맥크라켄
“동해물과 백두산이…”

김연아 시상식서 애국가 부른 캐나다 ‘아마빌레’ 합창단



 한국의 합창단이 부른 노래로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17일 캐나다 런던, 세계피겨선수권 시상식에서 울려퍼진 애국가는 100% 현지인들의 솜씨. 김연아의 ‘무결점’ 우승 사실과 함께, ‘애국가 합창단’은 한동안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캐나다 런던의 민간 합창단인 ‘아마빌레 콰이어스 오브 런던(Amabile Choirs of London)’. 국제대회 시상식에서 1위를 한 나라의 국가(國歌)가 연주되긴 하지만, 노래로 부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2013년 3월 세계피겨선수권 대회 시상식 감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마빌레 콰이어스 오브 런던’의 리사 맥크라켄(47·여) 매니저를 20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애국가를 완벽히 불러 한국민들이 많이 놀랐다.



 “그랬다니 다행이고, 고맙다. 시상식 연주를 한 친구들은 ‘아마빌레 콰이어스’ 청년부로, 12~18세 소녀들로 구성됐다. 합창단에 한국인은 물론,한국말을 아는 사람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 김연아의 쇼트 1위로 우승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져 한국 국가(애국가) 연습을 더 세게 했다. 다들 조마조마 했는데, 많이 준비해둔 국가를 부르게 돼 기뻤다.”



 -한국인들이 부르는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알파벳 R과 S 발음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혀를 굴리지 않고 한국식 발음을 소화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 특별히 어떤 한국어 발음이 어려웠다기 보다는 가사 전체가 큰 도전이었다. 영어와 한국어의 언어 구조가 완전히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 합창단은 R과 S 발음을 내지 않기 위해 ‘ㄹ’과 ‘ㅅ’이 들어가는 애국가 첫구절 ‘동해물과 백두산이’부터 수없이 반복 연습했다. 하지만 그 발음이 정확한지 여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지역 내 대학인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음악을 전공 중인 김효운(22·여)씨를 섭외해 한국어 발음 교정을 받았다.”



 -어떻게 피겨선수권 시상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나.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는 세계 피겨선수권 개최지 실사가 있었던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호텔에서 실사단을 환영하는 노래를 부른 게 계기였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협회 측에서 대회 시상식에서 국가를 불러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해봐야 된다’고 답했다. 단원들과 ‘한번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주일 뒤 노래하겠다고 통보했다.”



 합창단은 노래를 부르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준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김연아가 속한 여자싱글을 포함해 각 종목별로 우승 경험이 있는 나라를 추렸다.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7~10여개 나라로 후보를 압축했다. 맥크라켄은 “이 나라들의 국가를 최대한 자국 발음과 유사하게 부르는 게 목표였다”며 “일주일에 한 차례 3시간 연습이 원칙이지만 대회 무대에 설 사람들은 따로 연습하고 대회가 가까워 올수록 연습시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아마빌레 콰이어스는 1985년 창단됐다. 캐나다 런던에서 음악 교사를 하던 현 지휘자 존 배론과 브렌다 자도스키가 그들이 가르치던 여학생들을 선발해 만든 게 시작이다. 청년부(소년·소녀 파트) 및 성인 남성·여성 파트 등으로 구성돼있다. 올해 7월 그리스 프레베자에서 열리는 국제합창제에서 금매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합창단 아이들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얘기하며 너무 좋아한다. 지역 한인들도 결승전이 끝난 뒤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했냐’고 묻고. 한국-캐나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하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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