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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달러 계속 풀겠다” … 미국 경기부양 의지 재확인

중앙일보 2013.03.22 00:21 경제 3면 지면보기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의 모니터로 흘러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 7.7%인 실업률이 6.5%에 도달할 때까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 AP=뉴시스]


‘내 임기 중엔 경기부양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시장에 보낸 메시지다.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성명에서 매달 850억 달러씩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이른바 ‘3차 양적 완화(QE3)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연준이 경기부양 기조를 후퇴시키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했다. 버냉키 의장의 임기는 2014년 1월이다. 사실상 그의 임기 중엔 ‘출구전략’이 착수되지 않을 거란 얘기다.

연내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일축
“양적완화 조기 종료” 예측한 한은
내달 기준금리 내릴지 관심



 최근 시장에선 의구심이 일었다. 지난해 9월부터 연준이 모기지채권(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매달 450억 달러씩 사들이면서 주택시장에 부쩍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건축 경기가 살아나자 일자리도 따라 늘었다. 그 덕에 실업률은 1월 7.9%에서 지난달 7.7%로 떨어졌다. 대규모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인 ‘시퀘스터(sequester)’ 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러자 시장은 연준이 달러 푸는 수도꼭지를 슬슬 조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날 연준 성명은 이런 의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이 됐다.



 그러나 돈을 너무 방만하게 푸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버냉키는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놓았다. 그는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매달 사들일 채권의 양을 조절하는 신축성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큰 흐름은 바꾸지 않겠지만 매달 850억 달러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미세 조정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월가 전문가 45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연준이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시기는 일러야 ‘올 4분기’라고 답했다.



 연준이 경기회복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한 건 과거 수차례 김칫국부터 마셨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세 차례 양적 완화 정책의 약발이 이제야 주택시장에서 서서히 나타나고는 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시퀘스터가 부담이다. 당장은 정부지출 삭감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갈수록 재정긴축 부작용은 누적된다. 돈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재정 부문이 블랙홀처럼 시중 돈을 빨아들인다면 연준의 양적 완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날 버냉키는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다”며 “출구전략을 잘 이끌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2기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연준 의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가능한 한 분산시켜 왔다”며 “이제 연준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연준의 발표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미국 연준 내부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조기에 끝내는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다”며 “21일 나올 연준 발표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왜 한국은행만 금리를 동결하고 있느냐’는 비판론에 대한 해명이었다.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린 텐데 한국이 내릴 순 없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김 총재가 맥을 잘못 짚고 있다는 사실이 21일 FOMC 성명에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또 다른 논리를 댈지, 아니면 4월에는 금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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