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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번 돈 고국 위해 쓰고 싶어 5년간 60억, 일 진출 한국기업 도와

중앙일보 2013.03.22 00:18 종합 16면 지면보기
일본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장례업체 ㈜이시호우(石鵬) 현원철(63·사진) 대표는 재일교포 2세다. 그는 5년 전부터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체에 업체당 1억원씩을 이자 없이 빌려주고 있다. 그동안 60여 개 한국기업체가 현씨의 도움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에 진출하려는 20여 개의 한국기업에 보증금 없이 자신의 빌딩 사무실을 빌려주고 있다.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기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 필요한 토지 구입과 허가 과정을 대신 처리해 주기도 한다.


재일교포 2세 사업가 현원철씨
60개 기업 1억씩 무이자로 빌려줘

 현씨는 “일본에서 번 돈이지만 한국을 위해 쓰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21살 때 일본 도쿄의 한 화학회사 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어렵게 얻은 일자리였다. 5년여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세제와 왁스를 팔아 1등 영업사원이 됐다. 26살에는 요코하마에 이 회사의 대리점을 차려 독립했다. 그 후 대리점을 매달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키웠다.



 그는 번 돈으로 요코하마 등에 빌딩도 샀다. 그곳은 현씨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이사를 와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동네였다.



 장례업체를 시작한 건 43살 때부터다. 지인이 운영하던 장례업체가 부도위기를 맞자 자금 지원을 하다 인수까지 하게 됐다. 처음엔 묘원을 조성하는 사업에서 현재는 묘석 제작과 화훼 공급, 납골당 운영 등 토털 서비스 형태로 전환했다. 현재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 내 중견 장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4일 부산시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만난 현 대표는 “돈을 벌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죽은 자리가 깨끗해야 산 사람들의 자리도 깨끗해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마케팅 능력과 친화력으로 시장을 넓혀 수천억대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지원대상 선정에 대해 그는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고 말했다. 현씨는 최근에는 부산의 ㈜제이제이와 계약을 맺고 일본·중국·미국·호주·한국 등에서 특허를 받은 활수기(깨끗한 물로 되살리는 정수기) ‘뉴G7’을 공급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일본 내 한국인 전용 납골당을 세우는 것이 꿈이다. 현씨는 “재일교포 중에는 죽어서 한국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교포들을 위해 일본땅이지만 ‘한국인이 소유한 한국땅’에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송봉근 기자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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