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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노 ‘다산의 힘’… 지구촌 게임 메이커로

중앙일보 2013.03.22 00:08 종합 23면 지면보기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과 2012년 말 미국 대선. 지구촌이 주목한 두 사건엔 모두 라티노(Latino) 파워가 작용했다. 라티노란 흔히 중남미 20개국, 혹은 이곳에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을 뜻한다. 그 힘의 근원은 인구다. 이 지역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의 변두리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지형의 변화에 힘입어 ‘게임 메이커’로 부상한 것이다.


꾸준한 인구 증가로 젊은 층 많아
가톨릭 신자의 42% … 교황 배출
미국 유권자의 10% … 캐스팅 보트

 사제 성추행 등으로 궁지에 몰린 바티칸의 선택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었다. 중남미는 가톨릭의 오랜 텃밭으로 12억 신자의 42%가 집중돼 있다. 하지만 신자 증가 속도로 보면 오히려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유망하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신도 수는 2005~2010년 사이 21%, 아시아에선 11% 증가했다.



 문화적 균질성에서 보면 다르다. 아시아엔 세계 인구 60%가 몰려 있지만 국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적으로 공통분모를 끄집어내기 어렵다. 반면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신자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 결과적으로 가톨릭 교세 유지에 이 지역 출신 교황이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패배 요인으로 라티노의 표심을 관리하지 않은 것을 꼽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16.7%인 5200만 명이 라티노(혹은 히스패닉)로 분류된다. 현재 전체 유권자 중 10%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며 이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퓨히스패닉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라티노 유권자 수는 지난해 2400만 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해 4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미국 내 가장 젊은 소수 그룹이다. 라티노의 중간 연령은 27세로 백인에 비해 18세나 젊다.



 앞으로 미국 정치권이 캐스팅 보트를 쥔 라티노 유권자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많다는 계산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정 기간 동안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합법이민자로 받아들이는 획기적인 이민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거주 라티노 중 1100만 명이 불법이민자로, 이들을 위한 법 개정은 결국 전체 표심과 연결된다.



 공화당도 전통적인 백인 지지층만 믿기엔 걸린 표가 너무 많다. 최근 열린 미국 보수주의 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총회에서 쿠바 이민자 출신인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급부상했다. 공화당에서마저 당의 새로운 얼굴로 이민자 출신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라티노 파워의 세 확장을 보여준다.



 인구 증가가 저주가 아닌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추세는 세계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노령 인구 증가로 2050년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20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을 부양할 젊은 층이 사는 나라의 성장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인구 증가율이 높은 멕시코·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공 등 이른바 마빈스(MAVINS)를 향후 10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했다. 13억 인구 대국 중국도 지난 전인대에서 33년간 실시해 온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전영선 기자



◆라티노(Latino)=주로 미국에서 중남미 국가 출신을 총칭하는 말. 브라질·아이티 등 스페인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 출신들도 포함된다. 특정 인종의 개념이 아닌, 문화적 유사성에 기반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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