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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언제 또 쏠지” … “그 이상 갚아줄 것”

중앙일보 2013.03.12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11일 오후 육지에 나갔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선착장에 도착한 해병대 장병과 주민 등이 배에서 내리고 있다. [연평도=강정현 기자]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3시. 연평도 선착장엔 하루 한 번 섬에 들어왔다 다시 뭍으로 나가는 여객선 ‘코리아나’호가 정박해 출항을 준비했다. 이날 배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줄은 여느 때보다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군인과 외지인들 사이에 배낭·짐가방 등을 든 주민들이 섞여 있었다. 아이를 업거나 안은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연평도발 인천행 배를 발권한 사람은 총 143명. 인천과 연평도를 왕복하는 배는 하루 한 차례 운항한다. 연평면사무소 황계준 주사는 “평소 이맘때는 주민과 군인·공사 인부 등을 합쳐 평균 100여 명이 인천행 배에 탑승하는데 전날 풍랑주의보로 뱃길이 끊겨 그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주민, 결연한 군인 … 북 도발 최전선 연평도의 두 장면



 연평도에선 지난주 북한의 위협 발언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부녀자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주민이 육지로 빠져나갔다. 주민 성도경(45)씨는 “북한이 언제 또 쏠지 모른다는 긴장 때문에 점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주민들이 섬을 떠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향란(57·여)씨는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이후 노이로제에 걸린 주민들은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섬을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연평도에 내린 이들은 260여 명. 3년 전 포격으로 무너지거나 노후한 집을 개·보수하기 위한 공사 인부와 뭍에 일을 보러 나갔던 주민·상인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 중에는 휴가 등을 나갔다 복귀하는 해병대 연평부대 병사 30여 명도 포함돼 있었다. 해병대 최모(21) 일병은 “이번에 공격을 당한다면 그 이상으로 갚아 주기 위해 지옥훈련을 견뎌 왔다”며 “1500여 명의 부대원 모두 결연한 투지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 부대 정훈과장 성효빈 대위는 “(긴급 부대 복귀명령이 아니라) 일반적인 출타나 휴가를 마친 병력”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북한 타격 시 즉시 응전이 가능하도록 대비태세를 갖췄다. 기습에 대비해 해안초소와 경계 철조망, 진지에서는 경계근무를 한층 강화했다.



 육지에 연고가 없거나 생업 때문에 섬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긴장 속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박명선(67·여)씨는 “마을을 떠난다는 분도 있지만 나는 육지에 나가 봐야 친척도 없다”며 “할아버지와 손자·손녀 모두 4식구가 함께 불안감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56)씨는 “북한이 위협하기 시작한 지난주에 이미 아내를 육지로 내보냈다”며 “생업을 위해 홀아비 신세가 됐지만 대다수의 주민은 담담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섬에 남은 어민들은 다음 달 봄철 꽃게잡이 대목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그물을 기다랗게 펼쳐 놓고 손질하고 있는 어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선원을 구하지 못해 이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어민은 연평도 주민 1800여 명 중 1050여 명(58%)을 차지하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꽃게잡이배 한 척당 6~7명의 선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4~5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선원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한다”며 계약 시 1000만원, 월 300만~400만원의 급여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꽃게잡이배 선주 성도경씨는 “선원을 구하기도 힘든데 북한 도발 위협에 따른 위험수당을 달라며 너무 높은 몸값을 요구해 큰 일”이라고 말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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