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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투자도 단순한 게 아름답다

중앙일보 2013.03.12 00:33 경제 10면 지면보기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새해가 왔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나이 하나를 더 먹은 게 어느새 두 달이 넘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폭이 넓어지는 걸 느낄 때면 이것도 괜찮지 싶다. 살아오며 경험해 온 것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과의 연결과 통합은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잘해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반면 해가 갈수록 이전의 생각이 더욱 굳건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Simple is beautiful)’는 말이다. 단순하다는 것은 명료하다는 것이고 쉽다는 것이며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은 숫자의 세계다. 숫자를 구조화한 각종 금융 산업 중에서도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주식·채권만 해도 복잡한데, 구조화한 상품의 세계로 들어가면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분야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20여 년을 살아 온 내 경험에서 보자면 투자도 ‘Simple is beautiful’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워야 좋은 상품이다. 또 그런 걸 고르는 게 좋은 투자다. 투자의 범위와 종류에 따른 난이도는 분명 있을 수 있겠으나 상식선에서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기 싶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으며 산다. 이럴 때 의사결정을 하는 가장 간명하고도 중요한 기준이 상식이다.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고객과 사회의 상식이라는 잣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상식은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매우 명쾌한 기준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상식은 자산배분이다. 말 그대로 한곳에 쏠리지 말고 자산을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라는 것이다. 굳이 거창하게 ‘포트폴리오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산배분의 개념은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와 닿는다. 개념이 단순(simple)하기 때문이다. 신통방통한 특정 자산이나 종목을 골라내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투자가 아니겠느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역사는 신통방통한 투자가 불가능하며, 설혹 어느 기간에 성공한 듯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수익률은 적절한 자산배분의 성과였다.



 유수의 금융 그룹들이 글로벌 투자를 선도적으로 개척해 가는 이유와 원자재 같은 대안투자를 꾸준히 발굴해 나가는 이유도 자산배분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가계는 빚 줄이기(de-leveraging)를 지속해 가는 국면에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속도는 완만하고 지루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저성장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의 기본과 상식이 중요하다. 5분 이내에 쓱싹 그린 것 같은 피카소의 그림이 위대한 이유는 그 단순함에 피카소 평생의 심력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투자의 심플한 공식은 장기적인 경쟁력의 관점에서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지켜내는 것이라 하겠다.



변 재 상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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