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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곰 998마리, 도축되는 이유가…충격

중앙일보 2013.03.12 00:17 종합 14면 지면보기
충남 당진의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새끼 곰이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쇠창살 틈으로 내다보고 있다(위 사진). 270여 마리의 곰을 기르는 이곳 농장에는 수십 개의 철제 우리가 있고, 각 우리에는 많게는 여섯 마리까지 곰이 갇혀 지내고 있다. 곰들은 열 살이 넘으면 웅담 채취를 위해 대부분 도축된다. [당진=김형수 기자]
지난 7일 오전 충남 당진시 송악읍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IC)에서 서쪽으로 8㎞ 정도 달리자 농장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270여 마리의 곰을 기르는 국내 최대의 곰 사육 농가다. 옆면과 바닥·천장까지 모두 쇠창살로 만들어진 우리 수십 개엔 곰 1~6마리씩이 살고 있었다. 곰들은 앞발로 먹이통의 먹이를 긁어먹기도 하고, 창살 틈새로 머리를 내밀어 혀로 핥아먹기도 했다. 먹이는 주변 식당에서 모아온 음식물 찌꺼기였다. 바닥 창살 사이로 쌓인 배설물은 50㎝ 높이의 칸막이를 넘칠 듯했고 악취도 심했다.


[현장추적] 수출 막혀 골칫거리 된 사육곰

 농장주 김광수(60)씨는 “매달 4000만원의 사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잔반을 구해다 먹인다”며 “곰 배설물은 거름으로 나가지도 않고, 치울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리산 등지에선 토종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도축될 때까지 좁은 우리에서 살아야 하는 곰들이 전국적으로 1000마리에 가깝다.



 올봄 농장에선 20여 마리의 새끼곰이 태어났다. 수컷의 경우 대부분 10년 기한의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한다. 농가에서 곰을 사육하는 목적은 웅담(곰 쓸개)을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10년 이상 기르면 도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곰 한 마리를 팔아서 받는 돈은 보통 히말라야산 아시아흑곰(반달가슴곰)이 평균 1660만원, 아시아 잡종곰은 1080만원 정도다. 농민들은 10년간 사육비가 2000만원이 넘어 적자라고 주장한다. 이렇다 보니 곰들이 제대로 대접받기 어렵다. 환경부는 사육시설 면적이 마리당 4㎡는 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규모가 큰 김씨 농장도 공간이 비좁아 보였다.



 일부 곰 사육 농가는 불법 도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요가 줄면서 웅담 가격이 10년 동안 들어가는 사육비에도 못 미치는 탓에 10년이 안 된 곰을 도축하는 것이다. 김씨는 “새끼가 태어나면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10살이 안 된) 어미를 도축하고, 대신 새끼로 머릿수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돌려막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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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환경단체는 10여 년 전부터 “멸종위기종인 곰을 길러 웅담을 채취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며 “곰 사육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9월 제주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주최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도 국제환경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많은 곰 농장주들은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사육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80여 마리의 곰을 기르는 전남 담양 S농원의 유모 대표는 “판로도 별로 없고 여론도 나빠 적절히 보상만 해준다면 정부에 곰을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규모 사육 농가는 국가에서 매입하는 것도, 증식 금지 조치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국내 농가의 곰 사육은 1981년 정부가 소득증대 사업의 하나로 장려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인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85년 7월 정부는 곰의 수출과 수입을 금지했다. 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도축도 금지했다.



 그러나 민원이 잇따르자 99년 정부는 수명이 다해가는 24살 이상의 곰을 도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2005년엔 10살 이상이면 도축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은 “곰 사육을 진작에 끝냈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것저것 고려하다 시간만 보냈다”며 “불임시술로 곰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고, 일부는 정부가 매입해 곰 보호센터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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