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외이사 짬짜미 기부 못하게 한다

중앙일보 2013.03.12 00:17 경제 2면 지면보기
앞으로 금융회사가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대학 등에 기부하려면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때 해당 사외이사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소속 기관·학교에 기부 악습 차단
반드시 이사회 의결 거치게
금융위, 모범규준 개정 추진

 이는 금융권에서 사외이사와 관련된 기관·대학에 장학금·발전기금 등을 기부하는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해당사자인 사외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이런 관행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아예 영업 외 목적으로는 사외이사 소속 단체에 기부를 제한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유착관계가 사라져야 사외이사의 회사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금융위는 2010년 1월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고, 금융회사가 사외이사가 속한 단체에 선임 전 2년 전부터 기부한 내역을 공시토록 했다. 회사와 사외이사 간의 유착을 사전에 차단,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기부내역을 공개하면 관행적인 악습이 자율적으로 억제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신한·씨티·우리·하나금융지주 등 5대 대형 금융지주사의 경우 되레 기부 규모가 늘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공시내역에 따르면 이들 5개 금융지주사가 현 사외이사가 소속된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총 23건, 19억7100원으로 집계됐다. 기부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된 2010년 4월(8억800만원)의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영업 목적으로 제공한 기부금을 공시 대상에서 제외한 점을 감안하면 영업외 목적으로 돈을 출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부한 곳은 사외이사가 총장·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나 회장·감사로 선임된 학회·연구원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모 사외이사의 자녀가 일하고 있는 건국대·수원대에 각각 1000만원·600만원을 출연했고, 씨티금융지주는 한모 사외이사의 배우자가 몸담고 있는 이화여대에 25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씨티금융지주는 “해당 사외이사의 임명 훨씬 전부터 수년째 지속해오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한 것이므로 사외이사와 무관하다”고 밝혔고, 우리금융지주도 “특별한 의도 없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외이사와 관련된 단체에서 부탁이 오면 이를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