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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격 없다” … 법원 선고 늘어

중앙일보 2013.03.12 00:14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모(45·여)씨는 2001년 남편 이모(49)씨와 이혼한 뒤 홀로 아들 이모(18)군을 키워왔다. 그러다 2004년 김씨가 사고로 숨졌다. 이군의 외할머니 박모(65·여)씨는 전 사위인 이씨를 상대로 법원에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했다. 이혼한 뒤 자식 양육을 나 몰라라 했던 이씨에게 친권이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 복지·인권 인식 높아져
2008년 17건서 작년 32건으로

 사건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박종택)는 지난해 9월 “이씨의 친권을 상실시키고 이군의 후견인을 박씨로 지정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되던 해부터 연락 한 번 하지 않았고, 양육비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군을 위해 친권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자격 없는 부모에 대해 친권 상실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친권 상실 선고 건수는 2008년 17건에서 2009년 24건, 2010년 21건, 2011년 32건, 지난해 32건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친권 상실 청구를 기각한 경우는 2011년과 지난해 각 1건에 그쳤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친권자 대부분에게 친권을 상실토록 했다는 얘기다. 법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이 낳은 갓난아기의 불법 해외입양을 도운 통영의 한 미혼모에 대해 서울시가 낸 친권 상실 청구소송에서도 친권 상실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친권을 잃은 부모 대부분은 양육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법원은 ▶이혼 후 자녀와 만나지 않고 연락을 끊었거나 ▶양육비를 줄 의사(능력)가 없고 ▶친권을 넘기는 데 대해 동의하고 ▶자녀가 함께 살기 원치 않는 경우 친권 상실을 선고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4조 1항이 2008년 시행됨에 따라 검찰이 친권 상실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인 경우 검사가 의무적으로 청구하도록 돼 있다.



 권영광(41) 법무법인 이담 변호사는 “이혼율이 늘어난 것은 친권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이 약해진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부모와 자녀의 행복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입양허가제(미성년자 입양 시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한 것)나 올 7월 시행하는 일명 ‘최진실법’(이혼한 부부 중 한 명이 숨지면 갈라선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도록 하는 것 금지)에 따라 법원의 친권 상실 결정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아동 복지·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법원에서 부모 자격이 있는지를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환 기자



◆친권(親權)=부모가 미성년인 자녀에 대해 갖는 신분상·재산상 권리와 의무.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敎養)하고, 살 곳을 정하거나 징계하는 등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친권은 부모가 공동으로 갖지만 이혼할 경우엔 협의에 따라 친권자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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