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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숨진 어미, 꼭 안긴 딸은 살았다

중앙일보 2013.03.12 00:04 종합 19면 지면보기
1978년 3월 12일 홍천군 내면 자운리 불발령 고갯길. 이날 아침 동네 주민은 눈 속에 쓰러져 있는 모녀를 발견했다. 30대 여인은 이미 숨져 있었으나 여인의 품속에 있던 딸은 살아 있었다. 어린 딸을 살리고 숨진 전설 같은 살신모정(殺身母情)의 주인공은 박정렬(당시 37)씨. 홍천군은 박씨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을 조성, 그의 기일인 12일 추모제향과 함께 준공식을 한다.


35년 전 그곳에 그 여인 모정 기린 공원
홍천 자운리에 고 박정렬 위령탑

 2억3500만원을 들여 내면 자운리 자운천 옆에 1459㎡ 규모로 조성한 추모공원에는 위령탑과 지난해 공모를 통해 만든 박씨의 동상(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홍천군지회 현창용 사무국장이 만든 청동 재질의 동상은 딸을 안고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공원은 자운2리노인회가 기증한 400여 그루의 연산홍 등으로 꾸며졌고, 정자와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갖췄다.



 이 마을 출신으로 같은 마을 주민 최종민씨와 결혼해 제주도로 이주해 살던 박씨는 1978년 3월 막내 딸 인숙(당시 6)양을 데리고 친정 나들이에 나섰다.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를 거쳐 자은리로 가던 박씨는 폭설을 만났다. 어린 딸이 제대로 걷지 못하자 업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친정집을 지척에 두고 극심한 추위와 1m 이상 내린 눈에 길을 잃고 헤맸다. 결국 힘에 부쳐 쓰러지자 자신의 웃옷을 벗어 딸을 싸매고 품속에 안았다. 헌신적인 희생으로 딸은 살렸지만 자신은 결국 숨졌다.



 홍천군여성단체협의회는 어머니란 이름으로 최후의 순간까지 자식을 위해 생명을 불사른 박씨의 살신모정을 기리기 위해 그해 10월 위령탑을 세웠다. 위령탑은 낡아 2001년 다시 만들었다. 홍천군여성단체협의회는 2004년부터 그의 기일에 추념식을 하고 있다.



 12일 공원 준공식에는 당시 살아난 인숙(41)씨 등 유가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인숙씨는 “어머니가 웃옷을 벗어 덮어주는 등 그때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해마다 어머니를 기억해 주고 이렇게 공원까지 만들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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