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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와 타협에 우군 이탈 민주화 꽃 수지의 딜레마

중앙일보 2013.03.11 00:56 종합 23면 지면보기
미얀마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가 10일 양곤에서 창당 25년 만에 처음 열린 국민민주주의연맹(NLD)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양곤 AP=뉴시스]
“정식 요청이 없어서 미얀마 소수민족 탄압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2류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할 얘기는 아니죠.”


미얀마 야당 NLD 의장 재선출
대선 첫걸음 … 현실정치 수용 불가피
소수민족 탄압 방관에 비난 빗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인 필 로버트슨이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모질게 비판한 대상은 바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68) 여사다. 한때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인권단체로부터 비난받는 건 ‘민주화 투사’가 아닌 ‘현실 정치인’ 수지다.



지난해 의회에 입성한 그에게 대중은 이전과 같은 꼿꼿한 저항 정신을 요구하지만, 적과의 타협도 불사해야 하는 정치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지 여사와 그가 이끄는 야당 국민민주주의연맹(NLD)이 직면한 이 과제는 8~10일 양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NLD 소속 대의원 900명은 10일 수지 여사를 의장으로 재선출하며 창당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 전대를 마무리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번 전대의 목표는 2015년 대선을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당의 정책과 조직을 정비하고, 외부적으로는 제1야당으로서 역량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수지로서는 대선을 향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는 바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 지지자들의 세를 다시 결집하는 일이다.



 수지 여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소수민족 분쟁 문제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불교도들에게 탄압받는 서부의 이슬람 로힝야족과 자치독립을 요구해 정부군이 유혈진압하고 있는 북부의 카친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전의 수지라면 정부를 공격적으로 비판했겠지만, 지금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수지 여사가 군부 인사가 대다수인 현 정부 및 의회와 밀월을 이어가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부를 혐오하는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으면서 군부와 어느 선까지 타협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집안 단속’도 시급하다. NLD의 지도부는 지금껏 70~80대로 구성돼 왔다. 세대 교체가 필요하지만 옥고를 치르며 NLD를 지탱해 온 원로들은 쉽게 당권을 내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전대에서 중앙위 15명 대부분을 60대로 교체했지만 여전히 ‘허리’ 역할을 할 중진이 없다.



 수지에게 의존하는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에 대한 불만도 가시화하고 있다. 수지의 의장직 박탈을 꾀했다는 소문이 있는 대의원 4명이 5일 징계를 받았다.



‘저항 집단’에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그동안 군부 독재 타도에만 몰두해 온 NLD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강정책도 없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당원 120만 명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지만, 정치에서는 아마추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전대에서 NLD가 정책 우선순위, 집권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이유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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