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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찾아가 아이들과 대화하면 인성교육 저절로

중앙일보 2013.03.11 00:33 종합 10면 지면보기
6일 오후 천안부성중 3학년 김세린양의 집을 찾은 조영종 교장(왼쪽 둘째)과 나진양 교사(왼쪽)가 김양과 어머니 지영애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세린이가 1학년 때 체육 수업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교우관계도 좋고.”(교장)

휴마트 사회로 가자 (10) 26년간 가정방문 조영종 교장



 “저희 딸이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에요.”(학생 어머니)



 지난 6일 오후 천안부성중 조영종(52) 교장이 3학년 김세린(15) 양의 집을 찾았다. ‘가정방문’을 한 교장에게 어머니 지영애(39)씨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아이가 공부를 너무 안 해서 어쩌죠.” 옆에 앉은 세린이를 힐끔 쳐다본 조 교장이 말을 받았다. “세린이가 사회성이 좋아서 그래요. 친구들이 부탁하면 거절할 줄 모르더군요. 이런 장점을 살려서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 교장은 학생의 특성과 학교 생활 등을 설명하며 30분가량 대화를 이어나갔다. 상담이 끝나자 어머니 지씨가 기자에게 귀띔했다. “교장선생님이 웬만한 학생들의 장래 희망과 성격은 다 알고 있어요. 아이들도 교장선생님을 친구처럼 생각하고요.”



 조 교장이 가정방문을 시작한 건 26년 전 교사 부임 첫해부터다. 충남 공주의 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수업은 2·3 학년을 배정받아 학생들 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하니 애들이 마음도 안 열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 집을 찾아 나섰다. 내비게이션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그는 헌 자전거를 타고 약도를 그려가며 반 아이들 53명의 가정을 모두 방문했다.



 집에서 보니 학생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지각이 잦은 아이는 버스가 자주 끊기는 동네에 살았다. 경운기 부품을 훔치던 학생은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교실에서의 모습만 갖고 아이들을 판단해선 안 되겠더군요. 누군가의 선생이 되려면 그만큼 학생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선생님이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안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그를 보고도 모른 체하며 지나치던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구보다 선생님에게 미안해했다. 가정방문이 곧 인성교육인 셈이었다.



 1990년대 들어 촌지 문제로 가정방문 제도가 없어졌지만 그는 아이들 집을 계속 찾았다. 학기 초 하루 서너 집을 돌고 나면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26년간 그가 방문한 학생 집만 1000곳 가까이 된다. 자살을 시도했던 여학생 집에는 30번 넘게 방문했다. 교장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천안부성중 부임 후 지난 1년 반 동안 조 교장은 20여 명의 집을 찾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던 1학년 정우(가명)군 집을 찾아 “아들을 문제아로 몰려 한다”는 어머니를 설득해 올 초부터 대안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다.



 조 교장 부임 후 이 학교 담임교사들은 매 학기 초와 방학 때 2주간 가정방문을 한다. 3학년 담임 이아름(28·여) 교사는 “가정방문을 해보니 학생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도 한다. 매주 자녀와 대화하는 법, 칭찬하는 법 등 식탁에서 얘기할 만한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낸다.



 인성교육 잘 하는 학교로 소문나면서 학생들도 몰렸다. 올해 우선지원 학생들만으로 정원을 채웠다. 1995년 개교 후 처음이다. 주변 학교들도 이 학교를 벤치마킹해 올해부터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조 교장의 인성교육은 제자들에게도 되물림되고 있다. 중학교 제자였던 김연희(39·여) 경기도 광명고 교사는 “선생님 가르침처럼 가정방문으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교사로서의 보람도 커진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인성교육을 이렇게 정의했다. “중요한 건 아이에 대한 관심입니다. 선생님이, 부모님이 애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됩니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거든요.”



글=이한길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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